누군가에게 ‘가려진 시간’은 배우 강동원을 보러 갔다가 신은수에게 반하는 영화 일 수 있다.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목구비와 어딘지 모르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 하지만 웃거나 떠들 땐 영락없는 아이의 표정이 나오는 신은수의 매력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려진 시간’에서 신은수가 맡은 수린은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영화에서 가장 많은 분량 등장하고 가장 많이 산속을 뛰어다니고 소리치고 눈물을 흘린다. 천진하게 웃는 모습부터 극도의 불안감을 표현하는 얼굴까지 꽤 많은 것이 담겨있다.
거기에 더해 이제 첫 영화로 데뷔하는 신인 아역배우인 신은수에게 상대 배역이 강동원이라는 사실은 큰 행운이자 부담이었을 것이다. 신은수는 300대 1의 오디션에 합격한 배짱의 소유자답게 너끈히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덕분에 신은수와 강동원이 나오는 장면은 사랑과 우정 사이를 넘나든다. 적어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이 강렬한 믿음에서 나온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관객에게 믿음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은 단순히 강동원이 잘해서만 되는 일은 아니다. 강동원이 완벽하게 연기하지만 상대하는 신은수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영화 자체에 몰입할 수 없게 돼버린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신은수의 연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가려진 시간’은 엄태화 감독의 상상력에 기반을 둔 세계를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단순히 시간이 멈춘 세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에 집요함을 더해 멈춰진 세계가 먼 판타지가 아니라 실제 현실로 느껴지도록 만들어냈다.
현실적인 묘사와 감정들은 단순히 멈춰진 세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 내내 흐른다. 그런 현실감을 만들어주는 것은 역시나 신은수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이야기를 하는 소녀와 아무도 모르게 훌쩍 커버린 소년의 위태위태한 모험담은 점점 더 설득력을 얻어간다.
‘가려진 시간’을 본다는 것은 신은수를 보는 일이다. 그리고 신은수는 2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상영 시간 동안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해냈다./pps2014@osen.co.kr
[사진]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가려진 시간'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