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지우가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통해 안방극장에 희망을 전달했다.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극본 권음미, 연출 강대선 이재진)는 서초동 금나무로 불리던 스타 사무장 차금주(최지우 분)가 한 순간의 몰락 이후 정의의 편에 서며 재기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캐리어를 서류로 잔뜩 넣어놓고 다니는 금주의 모습이 제목에 표현돼 있는 것.
금주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던 만큼 주연 최지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한 인물의 성장기는 바닥으로 내려앉는 모습부터 숱한 고난을 이겨내며 위로 올라오는 굴곡 있는 그래프를 그린다. 이에 배우는 캐릭터의 급변한 환경에 따라 외면부터 감정까지 다양하게 표현한다.
최지우는 금주가 서초동에서 이름 날리는 사무장으로 있을 땐 승률만을 따지는 냉철함을 보였다. 한 마디로 커리어우먼이다. 그랬던 금주가 한 순간에 감옥으로 끌려가게 된 까닭은 오성그룹의 보이지 않는 경영권 다툼과 과오를 감추기 위한 힘 있는 자들의 위선 때문이었다. 금주는 사건의 진실을 캐려다 희생당한 사람 중 하나였다.
단순히 금주가 사무장에서 변호사가 됐다는 직업적 변화로 성장을 설명하지 않았다. 힘 있는 자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당당히 나서고 또 마침내 이기는 모습이 성장이었고, 이것은 시청자들에게 희망이 됐다. 바닥에 내려앉았을 때도 마침내 변호사 배지를 달았을 때도, 한 순간도 명랑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극의 활기를 더했다. 동시에 최지우의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져 용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장르물이 시작할 때면, 본격 재판하다 연애하는 로맨스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걱정이 늘 따라오던 바.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는 금주를 둘러싼 함복거(주진모 분)와 마석우(이준 분) 두 남자의 애정 공세가 있었지만, 우려하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보다 비중 있게 그려진 것 금주의 성장 그리고 그녀의 이복동생 박혜주(전혜빈 분)와의 싸움, 화해였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통해 최지우는 청순함에서 억척스럽고 당당한 커리어우먼까지 다양한 연기적 스펙트럼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작 ‘두번째 스무살’에서 보여준 하노라와는 또 다른 모습이라 더욱 돋보였다. 앞서 최지우는 ‘두번째 스무살’에서 생애 처음으로 장성한 아들을 둔 엄마 연기에 도전했던 바. ‘캐리어를 끄는 여자’ 속 금주처럼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배우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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