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종영 후 만난 고경표는 어딘지 모르게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이었다. 재벌남 캐릭터를 벗고 오롯이 고경표라는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보면 꽤나 오랫동안 만나온 친구를 보는 듯한 편안함이 있다. 이는 고경표가 가진 최대의 장점이자 앞으로 그가 보여줄 캐릭터 변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경표는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재벌 3세인 고정원 역을 맡아 조정석, 공효진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 드라마는 사랑과 질투라는 감정으로 인해 점점 망가져가는 세 남녀의 양다리 로맨스를 그려냈는데, 고경표는 그 한 축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실제 1990년생인 고경표는 10살 차이가 나는 조정석과는 절친 호흡을, 공효진과는 로맨스 연기를 무리없이 소화해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놨다. 표나리(공효진 분)를 향해 늘 직진 로맨스를 보여주는 동시에 친구 이화신(조정석 분)과의 우정도 지키려 노력하는 정원의 젠틀하고 자상한 모습은 고경표를 통해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 15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경표는 자신을 믿어준 서숙향 작가와 박신우 PD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 조정석, 공효진에 대한 존경심을 연신 드러냈다. 그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는데, 정말 수월하게 작업을 했던 것 같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미팅 단계에서 정원 캐릭터와 저의 접점을 많이 보셨던 것 같다. 그래서 캐릭터 잡을 때 힘들지 않았고, 연기할 때도 선배님들이 잘 받아주셔서 좋았다. 일단 저를 믿어주신 것에 대해 참 많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처음 제 실제 나이를 듣고 일단 놀라셨다. 당시 제가 그 캐릭터의 모습으로 두 분을 만났었다. 목소리 톤도 낮췄고, 옷도 양복을 입었다. 그 모습을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지금까지의 제 필모그래피는 코믹한 이미지가 많았는데 그걸 못 보셨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캐릭터를 잡고 갔을 때 크게 거부감 없이 봐주셨던 것 같다."
함께 하는 이들과 겉보다는 내면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캐릭터 등에 끌려 전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한 고경표는 "정원이는 판타지 같은 인물이다. 그것을 잘 표현해야지만 작가님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연기이기 때문에 오글가릴 수 있는 대사들도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선배님들이 잘 받아주셨다. 그 분들 아니었다면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을 것 같다"고 조정석, 공효진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실제 화신과 정원처럼 한 여자를 놓고 친구와 다투거나 질투를 해본 경험은 없었고, 그래서 이런 상황을 연기하는 것이 새로웠다고. 그러면서 그는 우정과 사랑 중 무엇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랑을 선택했다. 그는 "아무래도 사랑 쪽으로 많이 치우칠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을 단호하게 접고 이를 전해온다면 더 이상 강요는 못할 것 같다. 물론 붙잡으려고 하겠지만 그 분의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사랑은 잃었지만, 화신과 새 친구가 되기로 하며 우정을 끝까지 지켰던 고정원은 마지막회에서 화신과 나리의 결혼식 사회를 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벽남의 정석을 보여준 것. 이에 대해 고경표는 "판타지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좋은 날 다같이 행복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정원이라는 캐릭터의 존재만큼이나 쉽사리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결말이었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후반 자신의 분량이나 결말에 대해 전혀 아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님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를 다 아니까 이해가 되고 감사하다. 작가님도, 감독님도 정말 힘드셨을거다. 그래서 저는 크게 아쉽지는 않다. 오히려 이 드라마를 통해 굉장히 큰 수혜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가 바라는 배우로서의 목표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이다. 그리고 이 '질투의 화신'으로 새로운 빛을 추가하게 됐다. 기존에 해왔던 캐릭터와는 다른 남성적인 매력을 어필할 수 있어 좋았고, 그런 부분들이 저에게는 큰 이점이었다." /parkjy@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