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변화무쌍'했나."
이정진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더 케이투(THE K2)'에서 최유진(송윤아 분)의 이복동생이자 JB그룹 회장 최성원 역을 맡아 비열한 악역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가 해왔던 캐릭터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연기에 시청자들 역시 '인생캐릭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배우 본인은 남다른 감상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 말 듣고 그동안 내가 연기를 잘 못했구나 싶었다. 스포츠 선수를 보더라도 선수마다 기대치가 다르지 않냐. 그것처럼 생각지도 못했던 애가 잘하니까 더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이처럼 이정진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를 확 끌어올린 최성원이라는 캐릭터는 다른 악역들과는 무언가 다른 매력으로 '더 케이투'가 방영되는 내내 화제를 모았다. 특히 현실 속 어지러운 시국과 맞물리는 부분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대본보고 '이것들 못됐구나' 했었는데 지금 너무 못된 사람이 많으니까 극중 내용이 크게 와닿질 않는다. 농담으로 내 키가 184cm인데도 농구하는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작아지는데, 그 사이에 있으면 그걸 못느끼지 않냐. 그거랑 똑같이 최성원이 너무 많다. '더 케이투' 끝나고 챙겨보는 드라마는 따로 없다. 요즘 드라마보다 뉴스가 더 재밌지 않냐.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원래 정치인 이름을 잘 못 외우는데 요즘은 하도 틀면 나오니까."
놀라운 것은 극 안팎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이정진이 사실은 특별출연이었다는 것. 하지만 '더 케이투'가 종영하는 순간까지 화면을 장악하며 악역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이정진을 두고 특별출연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특별출연 맞다. 4회 때까지도 딱 한 신이 있었다. '도망자'에서 함께 했던 곽정환 감독님이연락해서 '대본도 안나왔고 몇 회, 몇 번이나 나올지 모른다'면서 중요한 역할 하나 해달라고 하셨다. 근데 후반부로 갈수록 비중도 커지고 악의 축으로 나오더라."
이처럼 작게 시작한 일을 크게 완성하는 것 역시 이정진의 특기다. 그는 배우 본업 외에도 취미로 시작했던 사진 촬영을 이제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전시회도 개최할 정도로 프로 수준으로 진행하고 있다.
"원래는 멀티태스킹이 안 됐었다. 요즘에는 연기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어제는 아웃도어 브랜드 사내 직원 분들을 찍고 왔다. 원래 풍경이나 사람 위주로 사진을 찍는데, 요즘에는 연예인들 사진도 많이 찍는다. 광고 쪽도 연락이 오더라. 처음에 다른 연예인의 이름을 말하길래 '더블 모델이냐'고 했더니 사진 작가로 연락 온 거였다."
그런가하면 tvN 폰중진담 리얼리티 '내귀에 캔디'에서는 '달빛사냥꾼'이라는 닉네임으로 등장해 전소민과 달콤한 통화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그는 통화를 끝내며 "조만간 볼 것 같다. 아마"라는 멘트를 남겨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킨 바 있다.
"(전소민의) 전화번호도 모른다. 진짜 제작진 휴대폰으로 한 거다. 방송을 보고 느낀 건데 굉장히 밝고 긍정적이신 분 같더라. 아무래도 내가 나이도 있고 위치도 있으니 아무렇게나 할 수 없는데 '내귀에 캔디'를 통해 대리만족할 수 있었다. 사실 출연보다 '캔디' 역이 더 재밌는 것 같다. 최성원처럼 '왜?'이러면서 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이처럼 소름돋는 악역부터 프로 사진 작가, 달콤한 '캔디'역까지 그야말로 1인 다역에 나선 이정진의 본격적인 활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이번엔 착한 역 했으니까 다음엔 순진한 역 하려고 한다"라고 답한 이정진의 말처럼 아직 그의 변신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 과연 이정진이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할지 벌써부터 궁금증이 향하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