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사람도 있는 법, ‘무한도전’이 올 한 해 그랬다. 빈자리가 많았던 이 프로그램은 양세형이라는 든든한 고정 멤버를 새롭게 맞이했고, 간만에 새로운 웃음 원동력을 장착하게 됐다. 정형돈은 부담감을 이유로 11년 만에 최종 하차 선언을 했고, 언제나 그랬듯이 ‘무한도전’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1년 농사를 훌륭히 꾸려왔다.
참 산만한데, 그 산만함 속에 규칙이 있다. 구성이 없는데 또 어느 정도의 재밌는 틀을 갖추고 있다. 시끄럽고 요란법석한데, 늘 단단하게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이 프로그램의 2016년도 지난 10년과 다름이 없었다. 500회라는 업적도 달성했고, 10년을 넘어 다음 10년을 위한 단단한 새 벽돌을 또 다시 마련했다.
그 주춧돌이 바로 재치로 무장한 양세형이었다. 지난 4월부터 고정 출연하기 시작한 양세형은 깐족거리면서 기존 멤버들에게 독설을 쏟아내며 재밌는 그림을 스스로 만들었다. 지난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을 잘 몰라도, ‘무한도전’이 웃음을 만들어오던 방식을 몰라도, 추격전에 어리둥절한 모습을 자주 보여도 상관이 없었다. 몰라서 의외의 순간에 터지는 웃음이 컸고, 잘 몰라서 어리숙한 모습만으로도 색다른 즐거움이 됐다. 기존 멤버들과 물고뜯는 관계를 만들어가며 양세형은 고정 멤버로서 그리고 새로운 활력을 더해야 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
지난 해 11월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던 정형돈은 다른 프로그램 복귀에 앞서 ‘무한도전’ 최종 하차를 발표했다. 부담감이 이유였고, 10년 넘게 유대관계를 이어온 정형돈과 ‘무한도전’은 다음을 기약했다. 정형돈이 자연스럽게 멤버들과 융화돼 형성한 웃음 장치가 컸기에, 보통의 사람을 대변하며 친근하게 만든 공감이 컸기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무한도전’이 방송하는 한 다시 돌아올 그 날이 있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믿음도 있다.
이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만들었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며 프로그램을 떠난 길과 노홍철,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한 정형돈까지. 지난 3년간 차례대로 발생한 공백은 올 한해도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빈자리는 있었지만 주저하거나 무너지지는 않았다. 없으면 없는대로, 게다가 양세형의 합류로 새로운 예능 캐릭터와 그림을 펼쳐놓은 ‘무한도전’이었다. 정준하의 4대 벌칙 수행의 시작이었던 ‘행운의 편지’ 특집부터 젝스키스의 16년만의 재결합을 이끈 감동의 ‘토토가 시즌2’, 그리고 장항준-김은희 부부와 함께 한 블록버스터 특집인 ‘무한상사’, 예능 프로그램 도전의 새 역사를 쓴 우주 특집, 뭉클한 감동을 안긴 도산 안창호와 역사 특집 등 ‘무한도전’은 1년간 숱한 웃음과 감동을 안겨왔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