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작품에 배우만 있나? 아름다운 영상을 한 땀 한 땀 빚어내는 장인 PD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영상미는 물론,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귀신 같은 연출력을 자랑한 PD 3인방의 활약이 눈길을 끌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김성윤, '질투의 화신'의 박신우, '공항가는 길'의 김철규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먼저 김성윤 PD의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박보검, 김유정의 폭풍 열연과 더불어 매회 명장면을 탄생시키는 아름다운 화면으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히 배경과 배우들을 적절히 활용해 청량한 느낌을 잘 살린 덕에 김PD를 두고 '엽록소 덕후', '갓성윤'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
앞서 '후아유'와 '연애의 발견'에서도 남다른 연출력을 입증했던 김PD는 이번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그 팬층을 공고히 다졌다. 하나로 꼽기도 어려웠던 명장면들이나 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엔딩신 등 김PD의 '피 땀 눈물'이 묻어있는 장면들이 '구르미 그린 달빛'의 흥행 요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공항가는 길'의 김철규 PD 역시 소문난 연출장인이다. 특히 이번 '공항가는 길'에서는 그의 섬세한 감각과 연출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방영 전부터 '불륜'으로 많은 논란을 빚었지만, 이를 완곡적이고 설득력있게 그려낸 덕분에 종영하는 순간에는 '웰메이드 멜로'라는 수식어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극중 수아(김하늘 분)와 도우(이상윤 분)가 즐겨찾았던 한강 둔치나 제주도 등의 다양한 장소들을 극의 분위기에 맞춰 매번 다른 느낌으로 그려낸 연출이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다음은 SBS '질투의 화신'의 박신우 PD다. 앞서 두 PD가 아름다운 영상미로 승부했다면 박PD는 재기발랄한 연출로 무장했다. 1회 오프닝부터 깜찍한 애니매이션으로 심상치 않은 시작을 알린 '질투의 화신'은 방영 내내 소품과 배경을 활용해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그려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이는 극본을 집필한 서숙향 작가 특유의 일상적 에피소드와도 수미상관을 이루며 '질투의 화신'을 더욱 촘촘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마지막회까지도 한 편의 뮤지컬을 연상케하는 유쾌한 결혼식 장면을 그릴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이처럼 세 PD는 각자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연출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작품들을 만들어내며 자신들의 이름 세 글자를 분명히 알렸다. 올해에 이어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귀신 같은 연출력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향하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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