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 엄청난 압도감을 뿜어낸다. 대사 하나하나에도 강력한 힘이 실려 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속 배우 한석규가 그렇다.
한석규는 이 드라마에서 국내 유일 트리플 보드 외과의 김사부를 연기하고 있다. 한때는 '신의 손'이라 칭송받았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낭만닥터라 칭하며 은둔생활을 즐기고 있는 괴짜 의사다.
지난 7일 첫 방송에서부터 그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약 5분 가량의 오프닝과 엔딩 부분에만 등장했는데 시청자들은 단숨에 그의 아우라에 압도됐다. 특유의 말투와 억양은 여전했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더욱 숙성됐다.
회를 거듭할수록 김사부의 매력은 배가하고 있다. 괴짜인데 실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따뜻하면서 온화하지만 환자 앞에서는 누구보다 냉철하고 칼 같은 성격이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그래서 그에게는 출세와 권력을 향해 내달리는 강동주(유연석 분)와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자해를 일삼는 나약한 윤서정(서현진 분) 같은 젊은 의사들은 애송이 같은 존재다.
15일까지 4회분이 전파를 탔는데 세 사람의 갈등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4회 방송에서 강동주는 자신에게 독설하는 김사부를 향해 돌진했고 반면 쫓겨날 위기에 처한 윤서정은 돌담병원에 남게 해 달라며 무릎까지 꿇었다.
결국 강동주는 병원을 떠나겠다며 김사부 앞에서 사직서를 내던졌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응급환자를 치료한 뒤 나타난 김사부에게 선생님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라고 물었다.
이 말에 김사부는 "필요한 의사"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고 꼰대들을 탓하는 건 좋은데 그렇게 해 봤자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정말로 이기고 싶으면 필요한 사람이 돼라"고 일침했다.
'흙수저' 강동주의 울분도 훌륭했지만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칼 같이 조언하는 김사부의 카리스마는 엄청났다. 그의 말은 현실 속 '흙수저들'의 가슴에도 와 박혔다.
한석규가 안방에 전한 울림의 강도는 컸다. /comet568@osen.co.kr
[사진] 낭만닥터 김사부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