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민호의 얼굴을 봤다. 아이돌 민호는 없었다. 평소 도전했던 캐릭터에서도 바른 청년이었던 그가 담배를 들고 욕을 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는 가출청소년으로 변신한 때문만은 아니다. 최민호 연기 인생 최대로 비행(非行)하는 캐릭터를 만나, 영화배우로서 훨훨 비행(飛行)할 가능성을 봤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 광장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 11월 30일 개봉)의 언론시사가 진행됐다. 이 영화는 앞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었던 바 있다.
‘두 남자’는 인생 밑바닥에 있는 두 남자가 각각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이야기. 배우 마동석과 최민호가 만나 형성하는 대결 구도와 묘하기 느껴지는 인간미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영화는 처음부터 가슴이 눌리는 것처럼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다. 형석(마동석 분)은 미성년자도 도우미로 고용하는 불법 노래방 사장이다. 말이 사장이지 사채 빚에 허덕여 갖고 있던 아파트마저 날릴 위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건 하나 있는 딸이다.
진일(최민호 분)은 어린 시절 소년원에 다녀와 가출패밀리를 이끌고 있는 18살 소년이다. 그의 가출패밀리에는 성매매 사기로 돈을 갈취하는 여자 친구 가영(투아이즈 다은 분)을 비롯해 봉길(이유진 분), 민경(백수민 분)이 있다. 이들은 함께 몰려다니며 절도를 서슴지 않는다.
각각 딸과 여자 친구를 서로에게서 지키기 위해 영화는 끊임없이 긴장감을 잃지 않고 달려간다. 즉 형석과 진일 사이의 긴장감이 그만큼 팽팽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최민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담배를 피우고 거친 욕설을 일삼는 연기를 펼쳤다. 평소 그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관심 있게 지켜봤던 이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일. 늘 바르고 밝은 청년으로 샤이니 민호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꽃미남 배역이 인상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제대로 ‘멋짐’을 내려놓는 시도가 쉽지 않았을 터. 시사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에 대중이 어색할까봐 두려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동석이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과 그의 응원에 힘입어 도전하게 된 것.
만약 샤이니 민호라서 망설였다면, 더더욱 그의 도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배우 최민호가 보여주는 새로운 얼굴이라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두 남자'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