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은 수목극 1위로 막을 내렸지만 사실 조정석은 영화 흥행 면에선 그리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진 못했다.
'건축학개론'과 '관상'에선 흥행의 맛을 보긴 했으나 그가 전면에 나섰던 '특종:량첸살인기', '시간이탈자' 등은 아쉬움을 남겼던 게 사실.
딱히 최근 작품들의 성적 때문은 아니지만 조정석은 '흥행 배우'가 되고 싶었단다. 늘 흥행 배우를 꿈꾼단다. 솔직했다. "믿고 보는 배우" 등 판에 박힌 말이 아니였다.
그렇다고 그가 흥행 스코어에만 집착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가 말한 '흥행 배우'에는 '믿고 보는 배우', '신뢰를 주는 배우' 등 배우들이 꿈꾸는 모든 것이 집약돼 있는 듯 했다. 흥행 배우가 되어야 믿음을 줄 수 있고,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조정석의 생각이었다.
"저는 늘 흥행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품이 잘 돼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서도 공연을 많이 해봤지만 단 한 분의 관객이 앉아계셔도 소중하지만 백 명이 가득 차 있으면 희열이 느껴져요. 공연할 때부터 관객석이 꽉 차는, 흥행하는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배우로서의 희열을 느껴왔어요. 예전에는 '기분 좋은 배우', '믿음 주는 배우' 등을 이야기했지만 흥행 배우야말로 믿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 배우를 좋아 하니까 영화를 보는 거고 그래서 흥행하는 거고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 아닐까요."
때문에 조정석의 작품 선택 기준에 '흥행'은 꼭 포함되어 있다.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보다 작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흥행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택한다고 했다. 하지만 흥행만 보지는 않았다. 자신이 고른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았다. '실패가 있으면 성공이 있다'. 조정석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흥행을 염두에 두긴 해요. 하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도 실망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죠. 흥행을 바라지만 목말라 있지는 않아요. 실패하면 성공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편이죠. 누가 잘한다고 치켜세운다고 어깨 올라갈 필요도 없고 못한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조정석은 영화 '형'을 선택했다. '형'은 사기꾼 형과 국가대표 동생의 기막힌 동거 스토리를 다룬 작품. 영화 '맨발의 기봉이'를 연출했던 권수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영화 '7번방의 선물' 각본을 맡았던 유영아 작가가 '형'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두 작품을 '대중적'이라고 생각했다는 조정석은 '형' 시나리오를 읽고는 울었다며 '형'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맨발의 기봉이'는 예전에 봤는데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고 '7번방의 선물'도 재밌게 봤어요. 대중적인 느낌이 들었죠. 뭐가 대중적이고 대중적이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느낌상 대중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형'은 제가 시나리오를 진짜 재밌게 봤어요. 재밌게 본 이유가 당시의 저에게 감정의 변화를 줬기 때문이에요. 그 당시에 제가 재밌게 읽었거나 감동을 받았거나 했다는거죠. 시나리오를 읽고 차 안에서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스태프들에게 나만 이런가 싶어서 읽어보라고 권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
3편에 계속. / trio8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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