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부터 이미지에 압도돼버리고 말았다. 대사가 없어 답답했을지언정 눈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할 만큼 아름다웠다. SBS 새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첫 방송의 배우 전지현에 대한 이야기다.
'푸른바다의 전설'은 지난 16일 첫 방송에서 16%(닐슨코리아 전국)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송 전 기대감을 숫자로 입증해냈다.
전지현은 극 중 '인어'다. 한국에서 인어를 소재로 한 만화, 영화들은 종종 있어왔지만 이처럼 본격적으로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으로 내세운 경우는 찾을 수 없었다. 인어의 신화, 그리고 그에 대해 갖는 사람들의 환상으로 인해 인어는 드라마 구현이 쉽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전설'이기 때문에.
이를 깨뜨린 것은 박지은 작가와 전지현이다. 첫 등장에서부터 '조선시대의 인어'로 분한 전지현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인어 심청으로 분한 전지현은 비주얼적으로 그 판타지를 충족시키기에 완벽했다. 요즘 '배우의 외모가 개연성을 갖췄다'란 말이 회자되고는 하는데, 전지현의 경우다 완벽히 이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첫 방송에서는 인어 전지현이 인간 세계를 처음 접하고 신기해하며 점차 이에 적응하는 모습들이 그려졌는데 전지현은 그 과정에서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전작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영화 '도둑들'의 애니콜, 거슬러 올라가 '엽기적인 그녀' 속 '그녀'의 복합체인 듯한 느낌마저 안겨줬다.
멸종직전인 지구상의 마지막 인어. 군살 제로의 건강하고 탄탄한 몸매에 강인한 멘탈을 지닌 인어는 사고로 육지로 올라오게 된 이후 바다로 돌아가지만 한없는 그리움이 생겼다. 육지에서 만난 첫 남자 인간 준재(이민호)에 대한 마음이 그것이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사람과 언어, 그리고 사랑에 대해 배워가는 인어. 어떤 이들은 드라마를 보며 송중기 주연 영화 '늑대소년'을 연상하기도 했다. 어쩌면 대중은 외양은 사람이나 인간은 아닌 존재, 인간의 언어와 세계와는 동떨어졌지만 한 사람을 만나 점차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캐릭터에 인어보다는 늑대소년이 익숙함을 느낄 것이다.
이런 지점에서 '푸른 바다의 전설'은 하나의 실험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길들여야하는, 그러나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 미지의 존재에 대한 접근을 '푸른바다의 전설'만의 방식으로 해내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늑대소년보다 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어를 표현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전지현의 아름다움이다. 단순히 국내 대표 미녀 중 한 명인 전지현의 외모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전지현이 배우 생활을 시작한 후 대중과 교감하기도 하고 반면 숨죽였던 시간들. 화려함과 낯설음. 순수함과 능수능란함. 그 모든 전지현의 배우 인생에 관한 드라마가 이 작품에 이미지로 녹아들고 있다.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하는 캐릭터는 인어 전지현보다는 인어의 엉뚱한 모습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그를 지켜주게 되는 이민호일 것이다. 사랑을 위해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처럼 나중에는 시청자들을 펑펑 울리게될까. '푸른 바다의 전설'이 판타지 드라마로서 쓸 새 역사도 주목된다. /nyc@osen.co.kr
[사진] 문화창고,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