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최순실 게이트’가 아닐까. 정치, 사회, 문화까지 전 영역에 미치고 있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파문. 연예계에도 의문의 재조명을 당한 작품들이 있다. 바로 영화 ‘내부자들’과 드라마 ‘시크릿 가든’, ‘밀회’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 본편과 확장편을 합쳐 9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을 거뒀다. 정치, 경제, 언론 세 권력이 유착한 내용을 그리고 있는데, 현실판 ‘내부자들’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 1년이 지난 지금 주목 받고 있는 것. 특히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민중은 개 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는데, 영화 속에서 이강희(백윤식 분) 주필의 대사와 일치한다. 이 대사는 이강희가 어떻게 대중을 대하고 언론의 힘을 악용해왔는지 그 태도를 한 번에 짐작할 수 있는 대사였다.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 권혁찬)은 무려 5년 전 사랑 받았던 작품. 수면 위로 다시금 떠오른 건 지난 15일 JTBC가 박근혜 대통령이 차움 병원에서 가명으로 ‘길라임’이라고 사용했다고 보도하면서다. 길라임은 극중 하지원이 연기한 여자주인공의 이름이다. 이 웃지못할 촌극에 하지원은 최근 가진 영화 ‘목숨 건 연애’ 제작보고회를 통해 “한제인(영화 속 그녀의 배역)은 쓰지마세요”라며 센스 있지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또 소신 있게 대처했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는 지난 2014년 5월 종영한 작품. 성공의 위해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오혜원(김희애 분)과 재능을 모르고 살아온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 분)의 음악적인 교감과 사랑을 그린 ‘멜로’가 이 드라마의 설명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16년 10월, 다시 주목을 받은 건 멜로가 아닌 극중 음악대학의 비리다. 정유라(진보라 분)는 형편없는 실력에도 부모의 힘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학점도 챙겨갔다. 역술인이면서 대학을 좌지우지하는 엄마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최순실 모녀를 떠올리게 한다. 출석 장면에서는 정유라 다음 최태민이 호명된다는 점도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하려 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높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용했다고 알려진 차움병원 간판이 등장하기까지 한다.
무려 2년 전 드라마에서 등장한 내용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부분이 현실과 닮아 있어 예언 드라마라며 재평가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연배우 유아인은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를 통해 취재진과 만나 “많은 분들이 그러셨겠지만 나도 신기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 besodam@osen.co.kr
[사진] '내부자들', '밀회' 포스터,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