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멸종 위기에 놓인 인어를 주요 소재로 하고 있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인어(전지현 분)가 인간 세상에 적응하며 벌이는 코믹한 상황이 재미 포인트. 여기에 사기꾼 허준재(이민호 분)과의 사랑 이야기가 가미된다.
약 500년 전부터 운명으로 엮여 있다는 설정의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드러냈고, 이는 곧 수중 키스와는 스킨십을 통해 로맨스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분명 전지현과 이민호가 만들어 가고 있는 기상천외한 상황들과 망가짐은 재미있다. 워낙 우월한 비주얼의 소유자들인지라 보고 있기만 해도 눈호강이 절로 된다. 'CF를 보는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적지 않다.
하지만 '푸른 바다의 전설'을 자세히 보다 보면, 단순히 코믹 로맨스만 다루는 드라마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간 박지은 작가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일으키는 유쾌한 이야기를 주로 써왔다. 그 밑바탕에는 가슴 따뜻한 인간애가 깔려 있는데,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는 오래 떨어져 있던 가족을 만난 한 남자와 그의 아내가 서서히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인과 톱스타가 만나 사랑을 나누는 과정에서 소통의 의미를 깨닫게 됐고, '프로듀사' 역시 직장인의 고충을 리얼하게 그리는 동시에 톱스타의 삶을 재조명해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푸른 바다의 전설'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호기심과 자극을 위한 소재가 아니라 세상 가장 순수한 인어와 말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사기꾼을 대비시키며 그들의 성장을 보여줄 예정인 것. 허준재는 어렸을 때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사라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데, 이 때문에 인사 안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어는 그의 어머니가 남긴 글을 단번에 찾아냈다.
그리고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있어서는 절대 남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던 허준재는 인어와 함께 하면서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재고 따지는 것 없이,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한 인어의 순수한 진심은 남을 속여야 하는 사기꾼 허준재를 당황스럽게도, 또 두근거리게도 만든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만남. 이를 통해 박지은 작가가 또 얼마나 가슴 따뜻하고 설레는 인간애와 사랑의 감정을 전하게 될지 기대가 더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문화 창고, 스튜디오 드래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