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의 연기는 언제나 화통하다. 굵직한 동굴목소리와는 상밤되는 통쾌함. JTBC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로 돌아온 이선균이 흔한 40대 남편을 현실감있게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짙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선균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 외주 프로덕션 10년차 PD 도현우 역할을 맡았다. 도현우는 아내 정수연(송지효 분)의 불륜 사실을 알게된 뒤 이를 SNS에 올리며 다양한 사람들과 고민을 공유하는 남자. 조금은 모자라고 지질한 남편이지만, 철없는 그의 모습에서 현실 남편이 보인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JTBC '이전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는 이혼을 요구하는 정수연과 이에 충격받은 도현우가 어쩔 줄 모르는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이날 도현우는 자신이 불륜을 저지를 이유를 추궁하자 수연은 "힘들었다"고 힘들게 속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도현우. 이유가 아닌 결론에 초점을 맞추는 그의 모습은 부부문제의 모든 갈등을 극단적으로 녹여내고 있었다.
이 외에도 앞서 도현우는 정수연의 휴대전화 암호를 풀기 위해 과학수사대 못지않은 지문 탐색을 하거나, 속옷과 카드 명세서 등 정수연 몰래 뒤져볼 수 있는 것을 캐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작 정수연에게 직접 묻지 못하고 화를 내는 상상만 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캐묻자니 의심하는 태도 자체가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 될 테고, 한편으로는 사실일까봐 두려워 외면하려는 사면초가 상황은 짠하면서도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선균은 특유의 현실적인 연기로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파스타' '미스코리아' 등에서 보여준 연기도 궤를 같이한다.
도현우를 둘러싼 상황은 격동적이기에 자칫하면 캐릭터가 묻힐 수 있는 위험 부담 또한 있다. 하지만 이선균의 연기력은 도현우가 투정을 부리고 불안해하고 예민해지고 짜증내는 변화 자체를 세심하게 관찰하게 만들도록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이미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속에 '연기하는' 이선균은 없었다. /sjy0401@osen.co.kr
[사진] JTBC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