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평범한 불륜 소재 드라마가 아니었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차용한 심리, 성장 드라마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토론의 장을 연 분위기다.
시청률 4%(닐슨코리아)를 돌파하며, 동시간대 비지상파 1위를 차지한 18일 방송에서는 바람을 핀 수연(송지효)의 감정이 절절하게 그려졌다. 불륜을 저지르다 발각된 수연은 지탄받아야 마땅했고, 그는 이혼을 택했다.
남편 현우(이선균 분)에게 이혼하자고 말한 수연. 이에 현우는"내가 왜 이혼을 당해야 하는데"라며 분노했다. 그러면서도 "당신은 바람피운 적 없어?"라는 수연의 물음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수연은 "다들 그렇게 사는 거니까 특별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생각했어. 근데 더는 못 버틸 것 같았어"라고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냈다. 지선우(이석준)는 그런 수연에게 다가와 한 사람이자 여자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해줬다. 그러면서도 수연은 "그래. 다 변명이야.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라고 말했다.
다른 어떤 말보다 그의 심정을 잘 드러낸 말은 한 마디었다. "힘들었어". 수연은 이 말을 내뱉은 후 그간 얼마나 스스로가 느끼기에 '힘든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 고백했다.
한 마디로 수연은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팀장으로서 제 몫을 다해야 했고, 엄마로서는 모든 육아를 짊어지고 항상 아이에게 못 해주는 부분에 대해 미안해야 했다. 물론 남편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육아는 엄마 담당이었다. 그것도 항상 '웃으면서' 그 일들을 해내야 했다.
"다들 그러고 살아. 나도 시간 나는 대로 준수도 데려다주고, 쓰레기도 버려주고"라는 남편 현우의 말은 보는 이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고작 그런 거였어? 너 힘든 거 안 알아주고, 네 불평 안 들어주고? 다들 그러고 살아"라는 현우의 말이 이어졌다.
수연은 이런 남들이 보는 '완벽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조금씩 곪아 터져버리기 직전이 된 마음을 달래준 사람이 바람남이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드라마에서 불륜을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의미 있는 것은 포커스가 맞춰지는 부분이 현우의 변화라는 데 있을 것이다. 이런 수연을 보며 캐릭터의 변화를 겪을 사람은 현우다. 결국 드라마는 다 큰 성인이자 아빠인 현우의 성장드라마가 될 것이다.
수연 캐릭터에 강하게 감정이입하는 시청자들 역시 적지 않다. "바람은 나쁘지만 이유가 충분히 이해된다", "남편과 아내의 생각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드라마" 등의 반응은 드라마의 불륜 미화를 우려하면서도 솔직하게 느낀 감정들을 표현했다.
그러나 "남자들은 여자들의 마음을 말해야 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해답이 바람이 돼서는 안된다", "남자와 여자 캐릭터가 바뀌었다면?" 등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분명한 것은 이 드라마가 '곱씹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여자는 슈퍼우먼이 돼야하고, 남편은 그걸 자랑스러워 하는 가정. 정말 바람직한 부부란 어떤 모습일까. 단순히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하라고'란 말은 한없이 가볍다. / nyc@osen.co.kr
[사진]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