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SBS '판타스틱 듀오'(이하 '판듀')는 7개월 방송 내내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들과 숨은 실력자들이 함께 만나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수준 높은 음악을 그냥 들어서 미안할 정도. 하지만 이 같은 결과물에는 하루도 쉬지 못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제작진의 노고가 숨어있었다.
특히 연출자인 김영욱 PD는 자신이 가진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편곡에 참여해왔다. 김 PD는 '인기가요'를 지나 2005년 '김윤아의 뮤직웨이브'와 2008년 '김정은의 초콜릿'의 연출을 맡으며 음악 전문 PD’로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다. 또한 음악서 '피아노홀릭'을 썼고, 동일 이름의 팟캐스트를 운영해온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 그렇다면 가장 섭외 기간이 길었던 이는 누구였나?
"이문세 씨 섭외만 1년 걸렸다. 파일럿 방송 하기 전인 11월인가 수원 공연장에 가서 얼굴을 뵙고 인사를 드렸다. 그 때는 정말 마음을 비우고 갔다. 공연 잘 하시고 납역 질 때 뵙자고 하고 돌아왔고, 그렇게 1년이 지난 출연을 하셨다."
- 힘든 섭외 과정이 있었지만 '판듀'하면 역시 놀라운 라인업을 빼놓을 수 없다.
"한 시즌을 하면서 그런 분들과 작업을 해본 것이 가장 큰 영광이다. 최고의 자리까지 그냥 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가 가수들마다 다르다. 사실 요구하는 것도 많고, 하자는 대로도 잘 안 한다.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얘기를 하신다. 그래서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부분들이 힘든 것이 아니라 재미있었다. '저 사람들은 왜 그런 말을 할까' 생각해보면 이유가 다 있고, 나중에 방송을 보면 그 분들의 방향이 보인다."
- 생각했던 것과 어떤 부분에서 달랐나.
"예를 들어 이선희 씨는 연습실에서 '너는 그 가수가 제일 잘하는 것을 뺏어서 가져야 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가수가 잘하는 것을 캐치해서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된다고. PD가 하고자하는 방향으로만 가면 가수들은 수동적이게 되기 때문에 100%가 다 나온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기록을 가진 분들은 뭔가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을 보여주게끔 하는 사람이 PD기 때문에 경청하는 태도가 몸에 밴 것은 PD로서 큰 자산이다. 최선의 것을 잘 뽑아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방송 PD의 할 일이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지점을 찾아내야 하는 것 같다."
"섭외 들어가는 시점부터 제가 관심이 없어도 다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선곡도 할 수 있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그 가수를 좋아하는 팬들이 봤을 때 '왜 저렇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면 안 되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 안에 그 사람의 팬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음악을 듣다 보니 그들의 팬들이 무엇에 그렇게 열광했는지를 알게 되는데, 그 과정이 힘들면서도 재미있었다."
- 아무래도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출연을 했다보니 더 그런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저는 전인권 씨에게 관심이 없었다. 어렸을 때는 락 음악을 크게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인권 씨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 울림, 전달력을 이제야 알게 됐다. 처음 연습실에서 양희은 씨와 '상록수'를 부르는데 한 소절만에 '이래서 전인권이구나'를 깨달았다. 현장에서 그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는 깨끗한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했고, 탁성에 대해 전혀 몰랐다. 저는 음악을 정말 많이 듣는 사람인데도 취향이 있다 보니 편식을 한거다. 그런데 방송은 객관성을 가져야 해서 모든 장르를 탐구했고, 전혀 몰랐던 음악적 재미를 느끼게 됐다. PD로서가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이래서 많은 예능 PD들이 음악 예능을 하고 싶어한다. PD들은 대부분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SBS에서 음악 예능을 제가 제일 많이 했음에도 이렇게 제 모든 것을 다 쏟아내서 해보기는 처음이다."
- 가장 힘들었던 가수는 누구였나.
"그런 분은 없다. 다만 모든 것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는 저를 가만 두지 않는다. 계속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낸다. 그걸 힘들다 생각하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사나' 싶을 수도 있는데 사람마다 방법이 달라서 재미있다. 제가 쓴 전법 중 하나는 오히려 제가 더 귀찮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 분들도 '그냥 안 하는구나'라며 안심을 하신다. 녹화 전에 소리를 다 따로 딴 믹싱이 나오는데 그것도 보내서 괜찮은지 다 확인을 한다. PD가 직접 믹싱한 걸 보내서 확인한다며 소문이 나고 그러다 보면 믿음이 생겨서 꼭 출연하고 싶으니 다음에도 불러달라고들 하신다."
"가수들에게 그냥 알아서 잘해달라는 건 아니었다. 그게 시청률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미지수이지만 '판듀'를 틀어놓으면 음악이 다른 곳과는 뭔가 다르다는 얘기를 듣고 싶더라. 그 정도까지 아니라 하더라도 음악이 좋다는 얘기는 듣고 싶었고 목표였다. 그런 점에서는 60점은 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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