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양현석 대표는 치밀한 전략가로 알려졌다. 결정의 순간에서는 최선의 답만을 생각하고 방해되는 것들은 훌훌 털거나 무심하게 지나친다.
YG엔터테인먼트는 업계 최고 재능으로 무장한 전문가집단이다. 하지만 결정은 양 대표 본인이 내리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대부분의 결정은 맞아떨어져 주변의 볼멘소리를 잠재운다.
그래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가 생겼다. 독단적인 모습도 있고, 주변과의 싸움도 필요하다면 피하지 않는다. 업계 내에서도, 소속가수의 팬들에게도 양 대표의 이미지가 호감 일변도가 아닌 이유다. 하지만 그런 양 대표의 낭비없이 냉철한 자세와 행동이 지금의 YG왕국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첫 번째 이유라는 점 또한 부인 못한다.
그런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바로 SBS 'K팝스타' 심사위원 석에서다. 1분 남짓 시간동안 음악을 듣고, 외모를 살피고, 짧은 이야기를 나눈 뒤, 통과와 탈락 버튼을 골라 누른다. 양 대표의 스타일이 함축적으로 보여 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20일 첫 방송에서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양 대표와 많이 달랐다. 시즌2에 이어 재출전한 전민주를 만났을 때 이야기다.
전민주의 아쉬운 무대가 이어졌고 뒤엔 역시나 혹평이었다. 그는 "시즌2에서는 톱8까지 올라갔던 사람이다. 4년 뒤에 나왔는데 그때보다 못하면 잘못 생각한거다. 잘못 선택한거고 잘못 선곡한거다"라고 했다. 전민주의 탈락이 예상됐다.
쓴소리는 이어졌다. "시즌2에서 'YG를 오고 싶었는데 못가서 섭섭했다. 꼭 성공해서 양현석 대표에게 복수할 생각이다'라고 했다는데, 그거 가지고 어떻게 복수하려고 하나"라고 했다. 혹평을 들은 전민주의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양 대표의 입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을 거 같은 말이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한 뒤 "YG에 오고 싶었다면 그때 한마디라도 진심으로 얘기했다면 생각해 봤을 거다"라면서 "바보"라고 했다. 의외의 말이었다.
양 대표는 "(전민주가) 바보라는 생각을 했다. 4년 전에 이야기 하지. 전민주에게는 오늘 무대가 마지막처럼 느껴진다. 바보라서"라며 와일드카드로 예선을 통과시켰다.
그건 'YG'라는 목적을 위해 덤비지 못하고 4년을 허비한 전민주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바보'라는 본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까지 써가면서 "기회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잡아라. 그래야 성공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듯 했다.
'K팝스타'는 '더 라스트찬스'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방송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 방송인만큼, 가수 출신, 오디션 출신, 타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최대한 많은 이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마지막 시즌의 취지다. 양대표 역시 전민주의 실력보다는 마지막 기회라는 연민에 손을 들어줬다. 이번 시즌의 감동 스토리 역시 풍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kjseven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