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돌 그룹이 전 세계를 호령하며 엄청난 팬덤을 거느린다 해도 과거 LP판을 사려고 레코드사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의 열정과 비교할 수 없다. 지금과 달리 찾아 듣게끔 만드는 마력의 소유자들. 그래서 그 시절 가수들이 지금까지 '레전드'라 불리는 이유다.
명곡은 추억을 품고 현재에 더욱 빛나는 법. 가수 이문세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로 데뷔 33주년을 맞이한 그는 '레전드'로 손꼽히는 인물이지만 역설적으로 현재의 가요계를 앞장서서 이끄는 'ing'다. 이문세가 '롱런'할 수밖에 없는 이유, 우리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잔뜩이다.
# 최초의 브랜드 콘서트
이문세는 데뷔 이후 꾸준히 공연으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1980년대 초반에 연 공연에 대한 기록이 정확하지 않아서 수치는 정확하지 않지만 700회가 훌쩍 넘는 콘서트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어느새 이문세의 콘서트는 '믿고 보는' 공연이 됐다. 최초의 브랜드 콘서트로 불리는 1998년 '이문세 독창회'를 시작으로 쉬지 않고 현장에서 팬들과 소통했고 쉰이라는 나이가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마련된 장기 전국투어 '2015~16 씨어터 이문세'는 1년 동안 전국 19개 도시에서 총 56회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모든 도시, 모든 공연이 매진되면서 56회 전 공연 연속 '퍼펙트 매진'이라는 빛나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올 연말 역시 마찬가지. 지난 17~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4일간 15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다음 달 부산, 광주, 인천, 창원, 대구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데뷔 이래로 꾸준히 '공연형 가수'의 진면목을 보이며 대한민국 콘서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 스타들의 스타
20일 열린 '2016 이문세 더 베스트' 서울 마지막 공연에는 스타들도 객석에 앉아 이문세의 음악을 즐겼다. 서장훈, 박상원, 악동뮤지션 이찬혁에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까지 자리해 이문세와 뜻깊은 밤을 보냈다.
이문세는 스타들의 스타다. 변진섭, 김종국, 이하이, 로이킴, 김태우, 유승우, 이기찬 등은 공공연히 "가수로서 이문세가 롤모델"이라고 밝혔다. 스윗소로우, 박지윤, 김범수 등도 라디오 DJ를 맡으며 "별밤지기 이문세 같은 DJ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바다.
가수와 DJ,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이문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3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하며 존재 자체만으로 후배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있는 그다. '국민' 타이틀이 붙는 몇 안 되는 가수이자 DJ로 이문세는 여전히 굳건하다.
#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
이문세가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은 그의 성품에 있다. 이문세는 자신의 스태프들과 오랫동안 함께 활동하고 있다.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 스태프가 많은 것. 가족처럼 그들을 아끼는 이문세라서 그렇다. 팀워크가 좋으니 롱런할 수밖에.
이번 서울 공연에서도 이문세의 의리는 빛났다. 대체로 공연 마지막 날 뒤풀이를 하기 마련인데 이문세는 토요일 공연이 끝난 뒤 전 스태프와 회식을 가졌다. 마지막 날에는 세트 해체 때문에 불참하는 스태프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콘서트가 끝날 때마다 이문세는 직원들과 관계자들에게 통 크게 용돈과 선물까지 쏜다. 몇 년 전에는 라스베이거스에 스태프들과 함께 가 공연까지 보여줬다고. 자기 자신과 공연에 힘을 보태는 스태프들의 애정과 노고를 높이 살 줄 아는 대인이다.
기부도 빼놓을 수 없다. 이문세는 지난해 10월 위안부 할머니들의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문세 X프렌즈 아트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펼쳤고 수익금 7500만 원 모두를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에 전달했다.
이 외에도 꾸준한 기부와 나눔 활동으로 연예계 모범이 되고 있는 이문세다. 가슴이 따뜻한 남자,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그의 음악이 포근한 이유다. /comet568@osen.co.kr
[사진] 케이문에프엔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