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블리가 아니여도 배우 공효진은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공효진은 21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이하 '미씽')'에서 인생 연기를 펼쳐보이며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미씽'은 갑자기 자신의 딸과 사라진 보모 한매를 찾는 싱글맘 지선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공효진은 극 중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맡았다.
그간 작품들을 통해 중국어 대사를 연기한 배우들은 많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공효진은 애초부터 중국인 설정이다. 중국어를 잘하는 것이 아닌, 중국인처럼 연기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보모로 일하게 된 설정이다보니 한국어는 어눌해야 한다. 주로 한국어 연기를 선보이긴 하지만 "금요일, 예방 잡종"이라는 틀린 말을 할 정도로 어눌한 실력이다.
게다가 대사량은 함께 출연한 엄지원에 비하면 매우 적다. 영상물에 있어서 대사는 극중 인물의 감정과 상태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 이런 대사량이 매우 적다는 것은 공효진에게 있어서 '미씽'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지점이다.
그럼에도 '미씽'에서 공효진이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건, 그만큼 풍부한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는 뜻이다. 대사량이 적었던 것이 오히려 공효진에게는 기회가 됐다. 한매라는 캐릭터의 감정을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
한매는 지선(엄지원 분)의 아이를 데리고 갑자기 사라진 인물이다. 정체는 베일에 쌓여있다. 그가 보모 일을 할 때 제출했던 외국인 등록증도 가짜다. 한매라는 이름이 제 이름인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미스터리한 한매의 뒤에는 어마어마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을 쓸 수는 없지만 어찌됐건 '미씽'을 관통하는 한매의 스토리는 '모성애'이다.
이런 모성애를 공효진은 극한의 감정 표현으로 완성해냈다. 한매가 왜 한국에 들어와야했는지, 그가 왜 아이를 납치하게 됐는지 이 모든 것들이 대사가 없도 공효진의 표정만으로 설득이 된다.
공효진은 그간 '공블리'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로코퀸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스크린에서만큼은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그가 이번엔 제대로 인생 캐릭터를 만난 모습이다. / trio88@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