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극장가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불고 있다. 지난 10월 말부터 이어져 온 ‘최순실 게이트’ 탓에 극장가를 찾은 전체 관객 수가 올 상반기와 비교해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흥행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배우 강동원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9개월 만에 전격 컴백했는데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선택하는 작품마다 연이어 대박 행진을 이어오던 강동원의 주연작 ‘가려진 시간’이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16일 개봉한 ‘가려진 시간’은 개봉 6일차인 21일 기준으로 38만7418명의 관객 수를 동원했다. 27일 기준으로 보면 누적 관객수는 48만9038명이다.
올 초 개봉한 ‘검사외전’이 성공한 것과 다른 행보다. 2월 3일 개봉한 ‘검사외전’은 개봉 3일째 100만 돌파를 시작으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14일 연속 박스오피스 선두를 질주하며 총 970만6996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똑같이 강동원의 주연 작품임에도 ‘가려진 시간’의 관객 동원 속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더디다.
이는 연기력과 스타성을 갖춘 강동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영화를 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에는 상식이 붕괴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절망감을 느끼는 초중고생부터 노년층까지 전 국민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 주말인 26일 5차 촛불집회가 열렸고 20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서울 광화문으로 몰려들었다. 같은 시각 전국 각지에서도 한마음을 모아 태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MBC 예능 '무한도전'의 본방 사수까지 포기했으니 말 다했다.
10월 극장 총 관객 수와 본격적으로 시위가 벌어진 11월 관객 수를 비교해보면 극명한 차이를 알 수 있다.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를 합쳐 각각 1715만9953명, 855만8656명을 기록했다. 한 달 만에 2배 이상 급락한 것이다. 특히 한국 영화 점유율은 지난달(48.6%)에 비해 17.3%포인트 떨어졌다. ‘가려진 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개봉하거나 개봉을 앞둔 ‘신비한 동물사전’ ‘닥터 스트레인지’ ‘스플릿’ ‘형’ ‘미씽:사라진 여자’ ‘두 남자‘ 등 라인업이 괜찮은 것 같은데 신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 반대로 흘러가는 듯하다. 예매율을 보면 ’미씽‘은 13.2%(28일 기준·이하 동일), ’두 남자‘는 5.2%를 보이고 있다.
여름 성수기와 달리 11월이 비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작년 같은 시기(2015년 11월 1527만5978명)와 대비해서 큰 간격을 드러내고 있다. 최순실 극정 농단 사태가 올 겨울 극장가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 '검사외전'·'가려진 시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