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세연은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극의 거장 이병훈 감독이 그녀에게서 50부작을 이끌 힘을 단 번에 느꼈다면, 바로 이 환한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여자 주인공 캐스팅 과정부터 종영하는 순간까지 뜨거웠던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 최정규)에서 진세연은 타이틀롤인 옥녀를 맡아 연기했다. 그녀의 연기력에는 분명 호불호가 갈렸는데, 이 같은 반응에도 씩씩하고 또 솔직하게 터놓는 용기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진세연은 드라마가 종영한 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나 7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마친 소감부터 그동안 있었던 논란,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 등을 밝혔다.
“분명히 찍을 땐 엄청 길었는데 찍고 나니까 엄청 짧다고 느껴졌다. 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인데, 서운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옥중화’에 대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주인공 옥녀가 극중 다양한 직업을 체험했다는 데에서 ‘옥녀의 조선시대 직업 탐방기’라는 부제가 붙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진세연은 가장 힘들었지만 마음에 들었던 게 체탐인(지금의 첩보원)이었다고. 체탐인으로 살았던 ‘옥중화’ 초기에 진세연은 다수의 액션신을 선보인 바 있다.
“가장 힘들기도 했지만 마음에 들었던 게 체탐인이다. 고수 선배와 중국도 갔었고 액션도 많았다. 또한 옥녀가 성인이 되고 나서 첫 시련이 체탐인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린 옥녀로 활약한 정다빈 양에게 옥녀라는 캐릭터가 어떤지 설명을 잘해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병훈 감독님의 작품이라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덕분에 첫방송 시청률이 잘나왔던 것 같다.”
출연한 배우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병훈 감독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 세심하게 디렉팅을 하기로 유명하다. 배우의 발성부터 음의 높낮이까지 캐릭터에 따라 잡아주는 것이 많은 감독이다.
“감독님은 확고한 본인의 생각이 딱 있으시다. 슬픈 감정에 있어서 너무 가라앉으면 안 되고 절실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대사가 늘어져서는 안 되고 빨리 쳐야 하고.. 그런 걸 하나하나 집어주시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많이 배운다.”
“그래서 가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를 땐 힘들 때가 있다. 대사를 외울 시간이 없어서 중요한 신은 감정도 내야하고 감독님 디렉팅도 따라야 하니까 그 점이 많이 힘들었다. 어떤 신을 찍고 나서는 속상해서 운 적도 있다. 좀 더 잘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넘어갔을 때 많이 속상했다.”
진세연은 극중에서 많은 남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같은 직업을 선택하고 함께 길을 걸어가게 된 윤태원(고수 분)부터 힘을 모았던 성지헌(최태준 분), 이복 오빠 명종(서하준 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만 남자 주인공 태원과의 러브라인이 후반부로 갈수록 옅어졌던 점은 시청자에게도, 배우에게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고수와 진세연이 초반 보여줬던 끌어주고 밀어주는 호흡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가 좋았기 때문. 그러나 마지막 회까지 아무와도 이어지지 않은 러브라인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선시대 외지부(지금의 변호사)가 된 옹주 옥녀의 옆에서 함께 외지부로 등장하며 끝을 맺었다.
“생각보다 태원과의 깊은 멜로가 많이 안 나와서 속상했다. 세 캐릭터 중에서 태원에게 많이 정이 갔다. 어떻게 보면 옥녀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태원도 왈패부터 시작해서 올라갔고, 그러면서도 부모에 대한 아픔도 있고, 누군가 보듬어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각자 다 아픈 사연이 있지만 그래서 태원이 가장 애정이 가더라. 마지막 회에서라도 시청자 분들에게 사랑이 싹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진세연의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장면도 있었다. 수청을 피하기 위해 신내림을 받은 연기를 하는 장면이었다. 물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었지만, 웃음을 주기엔 충분했던 장면.
“리딩 했을 때는 목소리도 깔고 되게 진지하게 했다. 감독님이 그거 아니라고 신내림 받은 것처럼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하루라도 시간이 있으면 연구라도 하는데 고민이었다. 그때 정은표 선배님이 실제로 무당을 봤다며 고개를 흔들어보라고 하셨다.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하셔서 선배님께 감사드린다. 너무 쌩뚱 맞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재밌게 가보려고 한 장면이니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코믹으로 봐주셨다면 감사드린다.”
본격적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해 볼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가벼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답변이 나왔다. 지금까지 그녀가 출연했던 작품 속 캐릭터는 나이답지 않게 무거운 역이 많았다.
이에 앞서 예능에 먼저 나선다. 진세연은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을 녹화했다. 곧 방송을 앞두고 있는 상황. 고정멤버 강호동과는 인연이 깊다. 과거 한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이 진세연을 두고 "전 세계에서 제일 예쁜 것 같아요"라고 말했던 것이 ‘전.세.젤.예’라는 별명을 탄생시킨 것. 방송 후에는 진세연 실물이 얼마나 예쁘기에 강호동 반응이 저랬을까, 싶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왕 나가는 거 열심히 해서 레전드 편을 만들고 싶은데 걱정이다. 제가 숫기가 없어서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뭘 잘 못한다. 이전에 ‘런닝맨’ 나갔을 때는 김종국 선배님이 ‘그냥 광수 때려도 된다’고 ‘욕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예능이니까 재밌게 본다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하셨다. 정말 그러고 싶은데 성격이 그러니까 안 나오더라. 이번엔 그나마 강호동 선배님이라도 인연이 있으니까 조금은 편하게 임하게 됐다.”
“‘진.세.젤.예’ 별명은 너무 감사했다. 그것 때문에 ‘진세연 실물이 진짜 그렇게 예쁘대’라고 세뇌 당하신 것 같은데..(웃음) 되게 많이 감사했다. 앞으로는 ‘믿고 보는 진세연’이라는 수식어가 갖고 싶다. 제 마음 속에 담아두고 나아갈 최종 목표이자 미래의 꿈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