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의 히로인은 로맨틱 코미디에 진출했고, 휴먼 스릴러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배우 김하늘은 데뷔 초기 청순가련한 이미지였지만 매 작품마다 다양한 인물을 맡으며 캐릭터의 변주를 보여줬다.
사실 김하늘은 나이에 비해 성숙한, 어떤 감성에 젖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여배우의 고전미를 지닌 것인데, 멜로라는 장르는 김하늘이 자신의 장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이 그렇다. 이 드라마는 인생의 두 번째 사춘기를 겪는 남녀를 통해 공감과 위로, 궁극의 사랑을 보여줄 감성멜로였다. 그녀는 기장 박진석(신성록 분)의 아내이자 승무원 최수아를 연기했다. 하지만 수아는 건축학과 시간 강사인 유부남 서도우(이상윤 분)와 피할 수 없는 사랑에 빠졌다.
김하늘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섭섭함보다 시원함이 많았다. 보여드릴 것은 다 보여드린 느낌이었다. 쏟아 부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대본보다 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이해하지 못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작가님, 감독님과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니까 이해가 됐고 훨씬 느낌이 풍부해졌다. 화면에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녀의 눈물 연기는 감성적으로 훨씬 더 밀착한 상태에서 극을 이끌었다. 전보다 한층 농도가 더 짙어진 느낌으로, 인물의 다양한 감정을 변주하는 연기자가 된 것이다.
“수아가 그만두는 장면이 나오는 대본을 읽었을 때는 많이 울컥했다. 직장인의 생활을 해보진 않았지만, 수아의 역할을 하면서 그런 마음을 고스란히 느꼈다. 주변의 직장인들, 워킹맘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굉장히 아팠다. 10부 엔딩에서 우연히 도우와 카페에서 마주치는 연기를 할 때 정말로 슬펐다. 그 느낌이 화면에 잘 나왔다.”
그동안 김하늘은 영화 ‘동감’ 유지태, ‘동갑내기 과외하기’·‘청춘만화’ 권상우, ‘그녀를 믿지 마세요’ 강동원, 드라마 ‘로망스’ 김재원, ‘로드 넘버원’ 소지섭, ‘공항 가는 길’ 이상윤까지 당대의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또 영화 ‘6년째 연애중’ 윤계상, ‘7급 공무원’·‘90일 사랑할 시간’ 강지환과도 잘 어울렸다. 남자 배우와 투톱으로 출연할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배우였다.
이번 ‘공항가는 길’에서는 여심을 뒤흔드는 훈남 이상윤과 호흡을 맞추며 여자들의 시샘을 자극했다. 김하늘이 연기한 최수아와 이상윤이 맡은 서도우는 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휴식처로 보였다. 두 사람의 감정선이 넘치지 않게 담백하게 그려졌다.
김하늘은 “저는 남자 배우들과 연기를 하면 케미(스트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매번 그렇게 들었다”며 “진짜 나랑 케미스트리가 잘 맞는 남자 배우가 누구일지 나도 궁금하다.(웃음) 이상윤 씨도 선한 느낌이 있지 않나. 도우가 선한 느낌이 들어서 캐릭터적으로 굉장히 잘 맞는 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표현한 최수아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이 (수아가)저 같다고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그 말에 힘이 됐다. 수아랑 잘 맞는 이미지인 것 같아서 저 역시 잘 표현된 것 같다. 저의 성향과 잘 맞는 듯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전형적 멜로에서 시작한 김하늘은 같은 장르 안에서도 끊임없이 진화하며 캐릭터의 극단에 서게 됐다. 멜로와 로맨스의 톤이 강한 ‘공항 가는 길’은 기혼녀가 된 30대 후반의 그녀를 가장 매혹적이고 성숙하게 표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지금 신혼이라 연기하는 데 있어서 저의 사생활이 연기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웃음) 제가 안정적으로 마음이 편하니까 다르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김하늘은 청순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지녔다. 하나의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변화를 시도하는 김하늘의 열정 덕분에 앞으로 보여줄 캐릭터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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