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호가 3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사기꾼 변신이다. 그 어떤 캐릭터보다 더 열심히 고민하고 준비를 했다는 이민호는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맡은 허준재라는 인물에 대해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의 집합체라고 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이민호에 대해 진혁 PD는 "더 남자답고 성숙해졌다"고 평가했다. 진혁 PD는 SBS '시티헌터'를 통해 이민호와 호흡을 맞춘 바 있으며, 이후에도 이민호의 연기자로서의 성장을 지켜봐온 인물이다. 그렇기에 이 같은 평가는 이민호의 허준재를 더욱 기대케 하는 이유가 됐다.
이민호가 대중들에게 큰 사랑과 주목을 받은 건 KBS 2TV에서 방송된 '꽃보다 남자'를 통해서다. 당시 신예였던 이민호는 구준표 역을 맡아 소라 머리와 놀라울 정도로 무식하지만 귀여운 성격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를 한 몸에 받았다. 안하무인 재벌남이지만 그 자체가 풍기는 밝은 분위기와 뚜렷한 이목구비, 훤칠한 체격 등은 그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손꼽혔다.
이후 이민호는 SBS '시티헌터', '신의' 등을 통해 남성미가 더 많이 느껴지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냥 봐도 아찔할 정도의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그의 모습은 히어로, 장군이라는 캐릭터에 딱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를 얻었다.
SBS '상속자들'에서는 다시 고등학생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이전보다 더 깊어진 감성으로 절절한 멜로 연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뇌과학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만능 사기꾼으로 변신했다. 능청스러운 마술과 언변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훔치던 그가 인어(전지현 분)와 교감을 나누고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은 재미와 더불어 사랑스러움 그 자체. 여기에 인어를 지켜주려 하는 그의 모습은 든든함까지 느끼게 했다.
이민호가 맡은 또 다른 캐릭터인 담령은 협곡현령으로 명석한 두뇌만큼이나 우월한 비주얼의 소유자로, 무예까지 더할 나위 없는 인물. 이민호는 소중한 이를 지켜내기 위해 많은 적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목에 칼이 들어오려고 하는 일촉즉발 순간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조선사랑꾼 담령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아직 제대로된 이야기가 그려지기 전이지만, 한층 더 성숙해진 이민호가 만들어내는 허준재의 이야기 역시 인어 로맨스만큼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연기자로서의 모습이 더 강해졌다"는 진혁 PD의 평처럼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자신의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낼 이민호의 날개짓을 기대해본다. /parkjy@osen.co.kr
[사진] KBS,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