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효진은 거침없이 솔직하고 당돌하면서도, 푼수기가 다분한 사랑스러운 배우다. 데뷔 후 보여준 모든 캐릭터가 비슷한 듯 닮은 듯 보여도 모두 조금씩 다르게, 변주를 넣은 연기를 보여주며 30대 여배우의 독보적인 위치로 올라섰다.
공효진은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미씽’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사실 촬영한 지 1년 반도 더 넘어서 처음으로 읽었던 감정이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때에 맞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저보다 (엄)지원언니가 더 고생했다.”
‘미씽’(감독 이언희)은 보모와 아이 엄마의 진실 추적을 그린 미스터리 영화다. 공효진은 “저희 영화는 두 여자의 우정을 다룬다. 사실 여자들 사이에도 우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공효진은 보모 한매를, 엄지원은 엄마 지선을 연기한다.
이어 그는 “내 연기를 떠나서, 전체적인 만듦새가 시나리오만큼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선과 한매의 롤 크기가 달랐지만 사실 전 더할 것도, 덜 것도 없었다. 뺄 것 없이 딱 적당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공효진의 대답을 통해 이번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름에 걸맞게 ‘공블리’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로 떠오른 공효진.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기상캐스터 표나리를 연기한 그는 이번 영화 ‘미씽’을 통해 완전히 다른 인물을 보여주려 한다. 지금껏 시도해본 적 없는 중국인 보모다.
그는 “중국말이 쉽지 않아 어려웠다. 중국어 선생님과 공부해도 그 분이 배우가 아니시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사톤과 연기톤의 억양은 다르지 않나. 그래서 (한국말을 잘하는)조선족으로 설정을 바꿀까도 싶었지만, 한 번 중국 사람처럼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도전을 굳힌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한매의 얼굴에 점은)분장팀과 분장을 넘어 변장 분위기로 해보자고 얘기했다. 1년 반 전 일이라서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정은 많이 까먹었다. 하지만 활자로 봤을 때 (한매의 상황이) 너무 마음이 아팠고, 불쌍했다. 이상하게 감정을 터치하더라. 그녀의 삶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더 안타까움이 컸다”고 했다.
그녀의 안타까운 삶을 이해하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선택하고 온 힘을 쏟은 작품에 100%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효진은 “저도 기술 시사 때보긴 했지만 완성본은 VIP시사회 때 처음 봤다. (장면이 앞 뒤로 옮겨지면서 인물의)감정선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아쉽긴 해도 제가 선택한 것에 있어서는 100% 만족한다.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고 표현했다.
데뷔한 지 햇수로 18년차에 접어든 공효진. 이제는 ‘공블리’라는 수식어 말고 새로운 수식어를 찾고 있다고.
“저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맨다. 공블리라는 말 지겹지 않나. 저는 지겹기도 하다.(웃음) 마블리, 추블리까지 우리나라에 3대블리가 있다. 하하. 드라마는 살기 힘든 세상도 긍정적인 여주인공이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영화는 다르다. 평범한 역할은 안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출연작 관객 수를 합쳐도 천 만이 안 됐나 보다.(웃음) 이번 영화로 흥행돌풍은 처음부터 상상하지 않았다. 그냥 좋은 작품 잘 골랐네라는 말, 변신하려고 노력했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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