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마동석은 끊임없이 다른 얼굴의 사나이로 관객들을 만나길 원하고 실제로 이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 '마블리', '마요미'라는 사랑스러운 수식어를 갖고 있는 배우이지만 과감히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데 두려움이 없다. 이는 좁게는 배우 개인의 변신이지만, 넓게는 충무로 전체의 장르 확장에 기여하는 그림으로 이어진다.
마동석은 오는 30일 영화 '두 남자'를 선보인다. 마동석이 그룹 샤이니의 최민호와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다고 하니, 말랑말랑 부드러운, 그야말로 '러블리'한 영화를 예상할 법도 하지만 실체는 전혀 다르다.
일반 상업영화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이른바 '센 정서'의 영화로 수위 높지만 현실감 있는 뒷골목의 세계가 그려진다. 폭력은 생생하고 이야기는 쉬운 예상을 허락치 않는다.
남자 대 남자의 대결. 관객들은 각각 소중한 사람을 두고 대결을 벌이는 40대와 10대의 두 주인공 중, 어느 한 쪽 편도 들어 줄 수 없는 안타까움에 처하고 만다. 선악의 구분은 사라지고 감정 이입할 대상이 자꾸 변한다. 작위적으로 만들어내지 않은 듯한 날 것의 내러티브에서 관객들은 한 순간 눈을 질끈 감게된다. 저 화면을 통해 보고있는 사람이 사랑스럽고 예쁜 마동석과 최민호라니. 일면 믿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특히 마동석은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로 노래방 악덕업주 형석을 200% 이상 소화해냈다. '마치 원래 저기에 있었던 것 같은' 현실감을 안겨주는 마동석은 언제나처럼 긴장과 이완으로 관객들을 조이고 풀으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한 때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사채까지 끌어다 쓸 정도로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그는 미성년자를 불법으로 고용해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딸에게만은 가장 자상하고 따뜻한 아빠다. 그는 착한 사람도, 그렇다고 나쁜 사람도 아니다. 길거리 인생이지만, 친구에게는 의리파이자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는 둘도 없는 순정남인 진일(최민호)과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나쁜 일'이라 규정지을 수 있는 행동을 하지만 마동석이 연기하는 형석에게 짠한 마음이 쏠린다.
이는 캐릭터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마동석 특유의 정서 때문이기도 하다. 마동석은 '마블리'란 별명이 더 없이 잘 어울리는, 그 존재 자체로 평화로움과 따뜻함을 안기는 인물이다. 영화 '이웃사람'에서는 '그가 스크린에 등장하면 저절로 마음이 안정된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마동석은 거침이 없다. 백지장 같은 외모의 배우가 아니면서도, 누구보다도 유연하게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며 이미지 변신, 장르 확장을 꾀한다. 실제로 마동석의 그간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작품들을 스스럼없이 선택해왔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작품들만 보더라도 '굿바이 싱글'이나 '부산행', 드라마 '38사기동대' 같은, 그를 '마블리'하게 만들어 준 작품들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디면, 다른 한편에는 '노리개', '살인자', '함정', '두 남자' 같은 도전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이 존재한다. 소름끼치는 악역도 서슴치 않는다.
마동석의 선택은 언제나 열려있다. 사랑스러운 애칭이 물론 소중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뭔지 잘 안다. 비상업물이나 사이즈 작은 영화들에게도 끊임없이 시선을 돌리면서, 업계에 고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두 남자' 같은 경우도 마동석의 캐스팅이 프로젝트의 진행에 있어 큰 기폭제가 됐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더 '마블리'인지도 모르겠다. /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