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성현 인턴기자] 배우 허정은이 밥그릇 하나로도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어린아이 같다가도 어른스러운 그의 명품 연기는 안방극장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23일 오후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이하 ‘오금비’)’에서는 연고자가 없어 보육원에 맡겨져야 하는 유금비(허정은 분)의 상황이 전파를 탔다.
이전 방송에서 모휘철(오지호 분)은 유금비를 구하려다 트럭에 치일 뻔하는 사고가 났고 병원에 입원했다. 허정은은 자신을 버리고 가려는 것을 알면서도 모휘철을 돕는 유금비를 잘 표현했다. “알아보니 보육원도 살만 하단다. 아저씨 살려주면 보육원에 가도 좋다고 했다. 빨라가라”고 말하는 유금비는 보는 이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야무지게 고기를 먹는 장면에서는 제 나이 또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도 보였다. “학교에서 아기가 생기는 것을 배웠다”며 “손만 붙잡고 잔다고 해서 아기가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동그란 눈을 크게 뜬 채 “나는 어떻게 태어났느냐”고 묻는 유금비는 아이를 둔 학부모 시청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보육원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유금비와 고강희(박진희 분)가 식사를 하는 장면은 모든 시청자가 눈물을 흘릴 만큼 가슴이 먹먹했다. 특히 현실처럼 연기하는 허정은의 뛰어난 연기 실력은 감탄을 자아냈다.
이날 유금비는 그릇에 먹음직스럽게 담긴 음식을 보며 “옛날에 이모(길해연 분)하고 살 때는 플라스틱 숟가락과 즉석밥을 많이 먹었다”며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플라스틱 즉석밥 용기를 긁게 되면 기분이 이상하다. 먹은 밥도 다 날아가 버릴 것 같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유금비가 유난히 무거운 철 숟가락과 젓가락을 맘에 들어 한 이유는 ‘따뜻함’ 때문이었다. 이후 숟가락으로 식기를 탁탁 치면서 “이 소리가 좋다. 묵직하고 따뜻하다”고 말했다. 이에 고강희는 “언제든지 와라. 언니가 숟가락이랑 그릇을 꺼내 놓고 기다리겠다”고 답하며 보는 이의 코끝을 징하게 했다.
점점 딸을 향한 눈물겨운 부성애를 알아가고 있는 모휘철과 곧 아동치매가 드러날 유금비의 상황도 마음 아프지만, 엄마의 따뜻한 식탁을 처음 경험한 어린아이의 행복함은 눈물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수목극 최약체로 꼽히던 ‘오금비’는 혀를 내 두를 만한 허정은의 연기로 수목극 최대 복병으로 자리 잡았다. 이미 극에서 오금비가 자신의 병을 알고 있는 뉘앙스를 풍긴 만큼 허정은이 또 어떤 현실 연기로 랜선 이모와 삼촌들을 울고 웃길지 관심이 쏠린다./ coz306@osen.co.kr
[사진] 오금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