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끼를 숨겨두기엔 확실히 예능계에서도 아까워했을 인재다. 깐족거리는 아나운서 이미지를 처음으로 열며 파격적인 예능 아나운서 노선을 걸었던 조우종. 10년 넘게 몸 담았던 KBS를 떠나 야생의 세계로 입문했다. 새내기 연예인이 돼 이제는 예능 대세를 노린다.
그를 수식하는 말로는 애석하게도 직속 후배이자 프리랜서 선배가 된 전현무와 관련된 것이 많았다. ‘제2의 전현무’, ‘보급형 전현무’라는 말은 조우종을 가장 속상하게 하는 말 중 하나. 자신이 먼저 예능프로그램을 겨냥한 아나운서 길을 걸었고, 전현무는 동생이자 후배라며 속상함을 털어놓은 바다.
조우종은 지난 23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현욱, 이지연, 한석준과 함께 게스트로 출연했다.
앞서 지난 10월 조우종은 KBS에 사표를 내고 유재석, 송은이, 정형돈, 노홍철, 김용만, 이국주 등 다수의 쟁쟁한 예능인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 행보는 어쩌면 아나운서로만 두기에 넘치는 끼를 보유한 조우종에게 예상된 길이기도 했다.
다만 앞서 KBS 시상식에서 “사장이 돼서 연예인들을 쥐락펴락하겠다”고 말했던 것이 문제가 됐던 것이 사실. 이에 대해서는 자신이 말해놓고 더 당황했다며 “경솔했고 지금도 죄송하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당시 기분이 너무 업 됐다는 설명.
조우종의 등장 그리고 이어 전현무까지 두 사람이 이룬 파격은 아나운서계를 뒤흔들 만큼 파급력이 강력했다고 하겠다. 정적일 것이라는 아나운서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깬 이들이기 때문. 최초의 깐족거리는 이미지로 예능인보다 더 재밌는 아나운서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고, 전현무에 이어 조우종도 더 넓은 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현무의 그늘에 가려 10년 동안 마음 고생했던 이야기도 털어놨다. 자신이 깐족 아나운서 길을 연 선배고 형인데 ‘제2의 전현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속상함이었다. 그러나 신세한탄만 하는 건 아니었다. 방송 말미 싸이의 ‘연예인’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부르고, 다수의 성대모사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에서는 간절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자신에게 달린 ‘비호감’, ‘극혐오’, ‘발암 물질’ 등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반응을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그의 타고난 끼, 그리고 열정과 진정성을 확인한 시청자들도 많다. 프리 선언 후 어쩐지 짠해진 모습까지 더해지면서 반응은 180도 달라져 그의 예능 활약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처럼 해왔던 대로 달려간다면, 곧 예능대세로 불릴 날도 머지않을 터다. / besodam@osen.co.kr
[사진]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