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전지현이 대형 수족관에서 날생선을 뜯어먹으며 식사를 즐기는 모습을 본 꼬마 아이는 신기한 ‘인어쇼’ 정도로 여긴다. 이 어린 아이도 인어가 상상 속의 존재라고 여기는 이 세상, ‘푸른 바다의 전설’이 인어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말도 안 되지만 재밌는 이야기로 안방극장을 매료시켰다.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인어(전지현 분)와 천재 사기꾼 허준재(이민호 분)의 사랑을 다루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지금껏 지겹도록 봤기에 더 이상 재밌을 수 없는 이 어려운 장르에 환상이라는 장치를 집어넣어 흥미로운 이야기가 완성됐다.
이 드라마는 인어라는 존재를 믿을 수 없는, 그래서 신기한 이방인쯤으로 그린다. 그래서 인간 세계에서 적응하며 벌어지는 돌발상황이 웃기고, 바다를 헤엄쳐서 그 먼 곳에서 서울까지 당도하는 인어의 모습이 오히려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당황스러운 상황으로 그려진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등 손대는 작품마다 안방극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박지은 작가는 인어와 인간의 사랑을 진지하게 다루는 시점을 뒤로 미룬 채 웃긴 설정으로 일단 시청자들을 확 끌어당긴다.
시청자들은 처음부터 이 드라마의 개연성을 따지는 일이 없다. 재밌고 흥미롭기 때문에 인어와 인간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고, 이 특별한 사랑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갖춰야 할 소구력을 키운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갈등하며 성숙을 이루는 과정, 로맨틱 코미디가 늘 해왔던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박 작가가 풀어놓는 웃음이 터지는 설정과 통통 튀는 이야기일 터.
인어의 인간 세상 적응기가 짠하고 웃기며, 사기꾼으로 살고 있는 준재의 아픔도 궁금하다. 인어가 입맞춤을 하면 사람의 기억이 지워진다는 설정은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더 큰 아픔과 상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게 한다. 이들의 사랑을 더욱 아프고 아련하게,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만든 설정이다. 박 작가가 평범하고 자칫 잘못하면 참 지루할 수 있는 뻔한 로맨틱 코미디를 매번 성공시키는 비결을 ‘푸른 바다의 전설’에 묻어나는 숱한 재밌는 장치에서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허무맹랑해서 더욱 특별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배우들이 설레게 그림으로 구현하고 있다. 제대로 망가지며 사랑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있는 전지현, 보기만 해도 멋있고 안정적인 감정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민호의 조합이 기대한대로 빼어나다. / jmpyo@osen.co.kr
[사진] SBS 제공, '푸른 바다의 전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