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성현 인턴기자] 배우 허정은이 회를 거듭할수록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아이다운 순수함을 보여주다가도 애어른 같은 면모로 시청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예고됐던 아동치매가 드러나면 얼마나 더 많은 시청자를 울릴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인다.
지난 23일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에서 유금비(허정은 분)는 자신의 병을 알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병원 검사를 의도적으로 피해 화장실에 숨었다. 달래는 고강희(박진희 분)의 설득에도 “내가 다 안다. 병원사람들 말 다 거짓말”이라며 고집을 부렸다.
허정은은 방송 내내 아이와 어른을 오가는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병원에서는 몰래 도망치려고 하는 모휘철(오지호 분)에게 “어서 도망가라. 망을 봐주겠다. 보육원도 괜찮다고 하더라. 아저씨 살려주면 보육원가도 좋다고 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걸리지 말라”며 오히려 그의 도망을 도와 모휘철의 마음을 고쳐먹게 했다.
똑 부러지는 말투와 행동이 어른스럽지만, 종이 개구리를 좋아하는 유금비는 영락없는 열 살 소녀였다. 모휘철을 싫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가 만들어준 종이 개구리를 소중하게 간직했고, 학교에서 홍실라(강지우 분)가 개구리를 망가뜨리자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
식당에서 성교육 받은 이야기를 하며 “나는 어떻게 생긴 것이냐”고 물어 모휘철을 당황하게 하는 장면에서는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샀다. 순수한 어린아이다운 귀여운 면모였다.
하지만 귀여움도 잠시 결국 보육원에 가게 된 유금비의 상황은 또 다시 보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친구와의 싸움으로 학교에서는 유금비에게 제대로 된 집과 보호자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미혼에 아이가 없던 고강희는 위탁할 자격이 안됐다.
보육원에 가기 전 마지막 식사에서 허정은은 무거운 숟가락과 밥그릇 대사로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이모라고 부르던 김영지(길해연 분)와 살 때는 설거지를 안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숟가락과 즉석밥만 먹었다는 사실도 마음이 아팠지만, 무거운 숟가락과 밥그릇에서 “묵직하고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대사는 아이를 둔 시청자는 물론 이모, 삼촌 시청자도 울게 했다.
이날 모휘철은 뒤늦게 집으로 돌아왔고 유금비가 탄 보육원 차를 미친 듯이 쫓아갔다. 유금비는 “차를 세우라”고 소리 지르며 달려오는 모휘철을 이미 알아봤지만, 보육원에 가려고 일부러 눈물을 흘리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결국 재회에 성공했지만, 모휘철은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유금비는 “아저씨 괜찮아? 또 죽는 것이냐”며 눈물을 흘렸다. 모휘철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유금비의 뺨을 쓰다듬었고 앞으로 이들 부녀에게 일어날 일을 궁금케 했다.
이제 허정은이 아닌 유금비는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명품 연기를 펼친 그다. 곧 드러날 아동치매에 허정은의 연기력이 합쳐진다면 매주 수요일, 목요일 밤 안방극장은 눈물로 가득 찰지도./ coz306@osen.co.kr
[사진] 오금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