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채널A 하면 생각나는 인물은 김진 기자다. 그는 방송사를 대표하는 두 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을 비롯해 ‘신문이야기 돌직구 쇼+’(이하 돌직구쇼)를 진행, 이영돈 PD에 이어 채널A를 대표하는 간판으로 거듭났다.
이영돈 PD가 개국 멤버로 교양·시사에 강한 채널A의 색깔을 만들어갔다면 김진 기자가 그 색깔을 좀 더 확실하게 다져가고 있다.
2010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한 김진 기자는 채널A 개국과 함께 방송 기자, 앵커로 활동해왔다. 그리고 2013년 7월부터 ‘돌직구쇼’를 진행해 올해로 벌써 프로그램을 이끈 지 3년이 넘었고 ‘먹거리 X파일’도 2014년 6월부터 맡아 2년 넘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두 프로그램은 쉬운 프로그램들이 아니다. ‘돌직구쇼’는 평일 오전 9시 방송되는데 ‘신문 읽어 주는 남자’ 코너로 방송을 시작해 1시간 정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침마다 모든 신문을 읽고 정리해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뉴스를 전달하고 그 후에는 패널들과의 토론을 이끈다. ‘먹거리 X파일’은 많은 시청자가 알고 있듯 수없이 협박을 당하면서 취재하고 있다.
- 이영돈 PD의 뒤를 이어 채널A의 대표 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을 맡아 끌고 가고 있는데 부담과 책임이 클 것 같다.
▲ 책임이 막중하다. ‘먹거리 X파일’은 유일무이한 음식 고발 프로그램이다. ‘소비자 고발’, ‘불만제로’ 모두 폐지되고 시청자들의 편에서 먹거리에 대한 꼼수와 비리를 고발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고발 프로그램이 돼서 이영돈 PD 때보다 더 큰 부담감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먹거리 X파일’이 아니고서는 시청자들 편에서 대한민국 먹거리와 관련해서 고발할 사람이 없어서 이 프로그램이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내가 골키퍼이고 프로그램이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다.
한 떡볶이 회사가 썩은 마늘을 사용한다는 걸 단독으로 심층 보도했는데 방송 후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우리가 고발을 많이 하면 할수록 발전하는 것 같다. 아직도 파헤쳐야 할 게 많다. 우리가 여기서 멈춘다면 불량 음식이 퍼져나가는 게 암 덩어리처럼 퍼질 거다.
- ‘먹거리 X파일’ 하면서 협박을 많이 받는지?
▲ 협박 많이 당했고 외압도 많다. 토굴 새우젓 편과 생과일주스 편에서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여기저기서 강압적인 전화를 받았다. 그분들도 생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이해되고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타협한다면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이 그걸 먹는 거 아니냐.
사실 토굴 새우젓을 만드는 곳이 부모님 고향 근처다. 방송 나가기 전에 부모님에게 말하긴 했는데 친척에게 연락할 수는 없었다. 나보다 부모님이 지역 관계자들에게 어려움을 겪었는데 부모님이 봐주거나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취재하는 PD한테 부모님 고향 근처라는 걸 얘기 안 했다.
- ‘먹거리 X파일’로 협박당하고 ‘돌직구쇼’로 취재할 때의 어려움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 텐데?
▲ 강한 멘탈이 요구되는 것 같다. ‘돌직구쇼’를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검찰을 향해 ‘검찰수사가 미진하다’고 경고할 수 있는 시사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진행자가 돌직구를 날리는 게 부담인데 이 말을 듣는 대상이 기분이 나쁠지언정 검찰이나 정치인들에게 팩트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말이다. ‘먹거리 X파일’도 위험성이 있어 갈수록 멘탈이 세지는 것 같다. 멘탈 강화 훈련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못 버틸 것 같다.
- 이제 채널A를 대표하는 인물이 됐다.
▲ 내가 채널A를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프로그램이 채널A의 간판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간판인지 어리둥절하다. 실감을 못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가 말 한마디, 행실 하나라도 나 때문에 억울한 사람이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취재기자였을 때는 그런 생각이 약했는데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보고 채널A를 생각하면 나 때문에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있어도 그 억울함을 최소화해야겠다는 생각이다.
- ‘돌직구쇼’할 때 쇼맨십이 정말 좋다. 아침 시간에 에너지 넘치게 하는 게 어렵지 않나?
▲ 아침이기도 하고 요즘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국정 시국 때문에 침체돼 있고 힘이 빠져 있는 분위기다. ‘돌직구쇼’를 사랑해주는 시청자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아침인데 뉴스 진행자까지 경직돼 있고 쳐져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요즘 시국에 안타까운 뉴스를 전할 수밖에 없지만 에너지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더 힘을 내서 힘차게 (몸을) 돌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힘차게 돌아갔으면 좋겠다. /kangsj@osen.co.kr
[사진] 채널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