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룡의 여인’을 향한 경쟁이 그야말로 쟁쟁하다. 무려 45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배우 윤여정부터 사생활 스캔들로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로 인생 연기를 보여준 배우 김민희까지,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여우주연상 후보 5인이다.
25일 오후 8시 45분부터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는 37회 청룡영화상이 진행된다.
‘청룡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여우주연상 후보로는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의 손예진, ‘최악의 하루’(감독 김종관)의 한예리, ‘아가씨’의 김민희,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의 윤여정,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 김혜수가 이름을 올렸다.
◇손예진, 2편 2트로피 노린다
흥행으로 보면 손예진이 우세다. ‘덕혜옹주’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그린 작품. 지난 8월 개봉해 누적관객수 559만 8,694명(영화진흥위원회)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 59위에 올랐다. 잊지 않아야 할 우리의 아픈 역사를 국민에 환기시켰다는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충무로 남풍(男風)에 대적해 여배우 손예진이 놀라운 흥행을 이끌어내는 저력을 보였다는 의미도 있다.
손예진은 올해 ‘덕혜옹주’를 비롯해 ‘비밀은 없다’, ‘나쁜놈은 죽는다’까지 무려 3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특히 ‘비밀은 없다’로 2016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2편 2트로피를 노리고 있다.
◇한예리, 생애 첫 여우주연상 가능할까
한예리는 ‘최악의 하루’를 통해 생애 첫 여우주연상 수상을 노린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연기로 길을 돌리면서 독립영화와 조연부터 차근차근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관객에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건 지난 2012년 ‘코리아’에서 맡은 북한팀 선수 유순복 역을 통해서다. 이후에도 작고 큰 영화나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연기 경력을 다져온 바. 그녀에게 이번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응원의 박수일 터다.
◇김민희, 인생연기는 논란을 뚫을까
김민희는 ‘아가씨’를 통해 그야말로 인생에 남을 연기를 선보였다. 데뷔 초 연기력 논란을 겪었던 그녀였던 터라 환골탈태에 가까운 발전은 더욱 빛을 내뿜었고, 올해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 것이라는 관측에 의심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사생활과 관련한 논란으로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청룡영화상에도 불참 의지를 표명했다. 그녀의 사생활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아가씨’ 속 히데코는 김민희가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었다는 평가엔 이견이 없다. 과연 배우의 재능은 논란을 뚫을 수 있을까.
◇윤여정, 45년 만 수상에 도전
윤여정은 지난 1971년 제8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2010년 제31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적은 있지만, 45년 만에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노리게 된 셈이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앞서 윤여정은 ‘죽여주는 여자’를 통해 몬트리올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화차’(1971)에 이어 45년 만의 여우주연상 수상이다. 이 기세를 몰아 청룡에서도 두 번째 주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김혜수, 4번 수상 기록 경신하나
청룡 그 자체인 김혜수는 올해 무려 4번째 수상을 노린다. 드라마 ‘시그널’에 영화 ‘굿바이 싱글’까지 또 한 번 최고의 한해를 보낸 김혜수. 언제나 청룡의 안주인으로서 품격 있고 공정성 있는 시상식이 될 수 있게 지켜온 든든한 버팀목이다.
앞서 김혜수는 지난 1993년 ‘첫사랑’(감독 이명세), 1995년 ‘닥터봉’(감독 이광훈), 2006년 ‘타짜’(감독 최동훈)로 무려 세 차례 청룡의 여인이 됐다. 4번째 수상을 노리는 ‘굿바이 싱글’은 감동과 코믹한 코드를 모두 보유하며 210만이 넘는 흥행을 이끌어낸 바. 망가진 김혜수도 가능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줬다. / besodam@osen.co.kr
[사진] OSEN DB, 각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