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간 '불운의 사나이'라는 별명으로 놀림당하곤 했다.
부와 명예를 모두 쥔 글로벌 스타에게 '불운의 사나이'라니. 아이러니한 디카프리오의 별명은 아카데미가 만들어 줬다.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로 수차례 노미네이트된 그가 단 한번도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는게 이유다.
'불운의 사나이' 디카프리오가 '집념의 사나이'로 다시 불리게 된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2016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됐기 때문.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의 처절한 연기가 돋보였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해당 작품에서 디카프리오는 기존 '꽃미남' 이미지 대신 거친 사냥꾼으로 변신해 후줄근한 모습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지만, 그의 진정성 있는 연기력 만큼은 배우 디카프리오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디카프리오는 해당 작품을 통해 비로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리고 디카프리오의 칠전팔기 아카데미 도전과 비슷한 '도전'을 꾀하는 배우가 한국에도 있다. 바로 올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이병헌이 그 주인공이다.
그도 디카프리오와 아카데미 시상식의 질긴 인연과 비슷하게 청룡영화상과 질긴 인연으로 묶여있는데 올해까지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로만 일곱 번이나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병헌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된건 지난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로 노미네이트됐지만, '파이란'으로 함께 후보에 오른 최민식에게 양보해야 했다.
이후에도 '중독'(2002년) '달콤한 인생'(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악마를 보았다'(2010년)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를 통해 꾸준히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병헌. 하지만 매번 경쟁자에게 트로피를 내줘야 했다.
올해 이병헌의 일곱 번째 청룡영화상 도전은 '내부자들'을 통해서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누적관객 700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한 작품으로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세 남자배우의 시너지가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올해 '내부자들'을 통해 다시 한번 청룡에 도전하는 이병헌은 디카프리오의 '레버넌트'를 떠올리게 한다. 디카프리오가 아카데미 트로피를 선사했던 '레버넌트'는 모든 걸 내려놓았던 디카프리오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해당 작품에서 디카프리오는 그간 보여준 젠틀한 이미지 대신 거친 사냥꾼으로 분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내부자들'의 이병헌도 마찬가지. 정치깡패 안상구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는 영화 속에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안상구로 분했고 그동안 왕 역할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를 줄곧 연기했던 그에게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이 아닐 수 없었다.
수상과는 별개로 꾸준한 도전과으로 배우들의 롤모델이 되는 배우, 이병헌과 디카프리오다. 하지만 이병헌이 디카프리오와 마찬가지로 수상의 한을 풀 수 있을지 또한 궁금한 대목이다.
이병헌의 일곱 번째 청룡 도전이 수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제37회 청룡영화상은 오늘(25일) 오후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제37회 청룡영화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sjy0401@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