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형’이 있다. 영화 ‘형’(감독 권수경)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신비한 동물사전’, ‘닥터 스트레인지’ 등 외화를 밀어내고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세웠다.
‘형’은 지난 23일 전야개봉에도 불구하고 7만 5,882명(영화진흥위원회)의 관객을 동원했고, 24일 공식 개봉 첫날에는 13만 7,054명이라는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일주일 중 관객이 가장 많이 찾는 금, 토, 일 주말이 오늘(25일)부터 시작이라 본격적으로 흥행 시동을 건 셈이다.
‘해리포터’와 마블의 아성에 외화가 강세를 보이던 11월, 한국영화는 그 앞에서 힘을 못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형’이 등판하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배우 조정석의 물오른 연기력과 인기, 그와 도경수가 보여준 친형제 같은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 여기에 어지러운 시국에 위로가 되는 감동 코미디라는 장르까지 ‘형’이 1위에 오른 이유는 많다.
먼저 조정석은 그야말로 물이 오른 상태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이화신 역으로 출연해 시청률 1위로 종영하며 그의 저력을 입증했다. 지난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로 강렬하게 눈도장을 찍은 이래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평.
특히 그가 도경수와 보여준 형제 호흡이 흥행을 이끈 최고의 요인이다. 첫 만남부터 좋지 않은 두식(조정석 분), 두영(도경수 분) 형제의 관계 회복을 웃음과 눈물로 그리면서 관객의 다양한 감정을 끌어낸 것. 외모부터 형제처럼 닮은 싱크로율도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신의 한 수다.
무엇보다 조정석과 도경수가 보여준 형제애는 시국에 상처받은 국민을 안아주는 위로로 다가오고 있다. ‘형’에 앞서 지난 달 코미디 영화 ‘럭키’가 관객의 선택을 받은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일 터다. 극장에 들어서면 그 순간만큼은 크게 웃고, 따뜻한 감동에 눈물 흘릴 수 있는 위로의 시간을 선사한 것.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세우고 비수기에 시국까지 침체기를 맞은 11월 극장가를 구원 중인 ‘형’이 제대로 흥행 시동을 걸었다. / besodam@osen.co.kr
[사진] '형'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