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성현 인턴기자] 배우 이병헌이 연기 인생 25년 만에, 그리고 청룡영화상 일곱 수 만에 남우주연상의 한을 풀었다. 전라도 사투리는 물론 외적으로도 큰 변화를 감행한 공을 드디어 인정받았다.
이병헌은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이번 남우주연상 수상은 이병헌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연기를 시작한 지 25년이 됐고 대한민국과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고품격 연기를 펼쳤지만, 아쉽게도 청룡과는 단 한 번의 인연도 없었기 때문.
게다가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들도 역대급으로 쟁쟁했기 때문에 수상의 의미가 더 컸다. 영화 ‘곡성’의 곽도원, ‘밀정’의 송강호, ‘아수라’의 정우성, ‘터널’의 하정우 등 대한민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명품 배우들이 경쟁을 펼쳤다.
이병헌은 ‘내부자들’에서 권력에 다가가려다 추락한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처음 도전한 전라도 사투리는 물론, 깡패와 어울리는 파격적인 외모 변신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는 지난해 11월 개봉해 707만 명 이상의 관객들을 동원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뉴스에서나 볼법한 사회의 현실을 영화로 제대로 반영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병헌은 수상을 받고 난 후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다. 25년 동안 연기했는데, 처음 받아보니 감개무량하다”고 감격했다. “함께 후보에 오르신 다른 배우들도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라 기대를 많이 하진 않았었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후 “사실 25년 동안 수상소감을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내부자들’에서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자신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소속사 대표, 팬들, 힘들 때나 기쁠 때나 항상 곁을 지켜준 아내 이민정을 향한 애정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영화를 사랑해주는 모든 관객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정치풍자를 다룬 ‘내부자들’로 상을 받은 만큼 현 시국에 대한 견해도 전했다. “‘내부자들’이라는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그리고 촬영을 하면서 정말 재밌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가 상황을 너무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은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버린 것 같은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신발언 같은 것은 아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모두가 한마음이 돼 절망적인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을 봤다. 언젠가는 저 촛불이 희망의 촛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마지막으로 앞으로 청룡영화상에서 25년 동안 준비한 많은 소감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앞으로 청룡영화상에서 보여줄 감동적인 수상소감이 더욱 기대된다./ coz30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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