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금비’가 허정은의 순수한 일침으로 시청자들을 뜨끔하게 만들고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극본 전호성, 연출 김영조, 제작 오마이금비문전사, 로고스필름)에서 이제 막 인생살이 10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마치 인생을 두 번쯤 살아본 것 같은 성숙한 초딩 의식과 지켜주고픈 순수함으로 아빠 모휘철(오지호)은 물론, 보는 이들까지 당황케 하는 유금비(허정은). 이에 순수한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욱 따끔한 금비의 명대사를 짚어봤다.
#1. 잘잘못은 확실히 “아저씨가 잘못했으면서.”
금비의 크레파스를 사기 위해 갓길에 주차한 휘철. 돌아와 보니 그를 기다리는 건 주차위반 딱지였고, 치미는 짜증에 “그러니까 빨리 고르라고 했잖아”라며 금비를 탓했다. 그러자 “그러게 왜 세우면 안 되는데다가 차를 세워”라고 입을 연 금비는 크레파스와 위반 딱지는 상관이 없으며 “아저씨가 잘못했다”며 상황을 정리했다.
#2.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 “약속을 했으면….”
휘철과의 노숙 생활 이틀째. 갈 곳 없는 금비는 수업이 끝난 후 휘철을 기다렸고, 그가 늦게 도착하자 “약속을 했으면 제시간에 와야 할 거 아냐”라며 툴툴댔다. 게다가 지난 3회분에서는 휘철이 병원을 탈출하려 하자 말리기는커녕, 기도할 때 “아저씨 살려주면 보육원 가도 좋다”고 약속했다며 망까지 봐주는 게 아닌가. 약속은 지키는 게 아닌, 어기라고 있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3. 설명하기 힘든 “한 번 친구면 계속 친구지.”
휘철이 종적을 감추자 금비를 찾아간 차치수(이지훈). 그는 휘철과의 관계를 “예전에 친구였던 적이 있긴 한데, 지금은 아니야”라고 설명했고, “도망가 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전해달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치수의 뒤에서 “그런 게 어딨어요. 한 번 친구면 계속 친구지. 아닌 게 어딨어”라고 따진 금비. 어릴 땐 둘 도 없이 친했다 해도 세월이 지나 복잡한 이해관계에 인연을 끊게 되는 어른들의 세계를 차마 순수한 어린이에게는 곧이곧대로 설명할 수 없어 뜨끔한 대목이었다.
#4. 괜스레 미안한 “이 소리 좋아요.”
하필 휘철이 잠적한 타이밍에 친구 홍실라(강지우)와 싸우다가 보호자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금비. 절차에 따라 보육원에 가게 된 날, 고강희(박진희)가 차린 밥상 앞에서 “이 숟가락 무거워. 무거워서 좋다”며 이모와 살 때는 즉석밥에 일회용 숟가락만 썼다는 이야기를 털어놔 마음을 아프게 했다. 또한, 밥그릇을 숟가락으로 통통 치며 “이 소리 좋아요. 묵직하고 따뜻하고”라던 순수한 감상평은 아이에게 따뜻한 밥 하나 쥐어 주지 못하는 세상과 이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마음을 무겁게 질책했다. /parkjy@osen.co.kr
[사진] 오마이금비 문전사, 로고스필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