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낳은 최고의 발견이라면 충무로에선 단연 이 둘을 꼽을 테다. 바로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의 박정민, ‘아가씨’(감독 박찬욱)의 김태리가 바로 그 주인공.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들이 발탁한 뮤즈들이니 어련하겠냐만.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뽐낸 것. 각종 시상식의 신인상을 휩쓸었다.
박정민과 김태리는 지난 25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각각 ‘동주’와 ‘아가씨’로 신인남우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그물’의 이원근, ‘날,보러와요’의 이상윤, ‘글로리데이’의 지수, ‘내부자들’의 조우진을 제치고, 또 ‘귀향’의 강하나, ‘곡성’의 김환희, ‘나홀로 휴가’의 윤주, ‘스틸 플라워’의 정하담을 제치고 이룬 쾌거다.
박정민은 ‘동주’에서 시인 윤동주(강하늘 분)의 사촌이자 친구였던 독립운동가 송몽규 역을 연기했다. 윤동주는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한국인이 사랑하는 최고의 신인 중 한 명. 그의 이름과 그의 시 구절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송몽규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박정민에게 쏠린 스포트라이트는 더욱 값졌다. ‘동주’ 속 그의 연기를 통해 역사가 기억하지 않은 송몽규라는 위인을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으니까.
‘아가씨’의 숙희 역에는 15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김태리가 발탁됐다. 등장부터가 ‘괴물 신예’다운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파격적인 등장이었다. 독립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몇 있긴 했어도 연기 경력이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될 이력에 거장 박찬욱의 영화에 여성 투톱 중 하나로 발탁된 것.
베일을 벗은 영화 속에서 김태리는 발칙하면서도 당당한 숙희 역을 소화, 관객들에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 속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와 보여준 케미스트리(조합)는 아이돌급 인기를 이끌게 한 요인 중 하나. 특희 히데코가 당해왔던 학대를 알고 분노하는 장면에서는 그녀의 불꽃같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매력적인 마스크와 연기를 할 때면 달라지는 눈빛, 반전의 귀여운 진짜 면모까지 더해져 그녀의 인기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
두 사람이 신인상에 호명됐을 때 의아해 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이는 앞서 이들이 2016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았을 때도 그랬다. 박정민이 제5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남자신인연기상을 수상했을 때도, 김태리가 제25회 부일영화상에서 신인여자연기상을 수상했을 때도 그랬다.
이처럼 올해 충무로는 든든한 신예들을 얻었고,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게 됐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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