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미풍아’ 임수향이 분노와 눈물을 동시에 자극하며 색다른 ‘국민악녀’ 길로 접어들고 있다. 캐릭터는 독이 오를대로 오른 상태고, 연기력은 물이 올랐다.
지난 26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극본 김사경, 연출 윤재문) 27회에서는 박신애(임수향 분)가 김덕천(변희봉 분)의 진짜 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마청자(이휘향 분)이 알게 되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딸 유진을 데리고 중국에서 온 김순분(김현 분)이 신애에게 돈을 달라고 협박하면서 이야기가 새어나가게 된 것.
신애는 북한에서 꽃제비(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을 지칭하는 은어) 출신으로 먹을 것이 없어서 어머니가 눈앞에서 죽어버린 상처가 있다. 늘 춥고 배고픔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성공에 대한 욕망이 컸고, 생명의 은인인 김미풍(임지연 분) 가족을 배신하기까지 했다.
임수향의 신애는 무조건 악을 쓰고 눈을 부릅뜨는 것만으로도 악녀가 되는 건 아니었다는 걸 알게 했다. 이는 청자가 덕천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겠다고 했을 때 신애의 태도에서 엿볼 수 있었다. 신애는 청자에게 눈물과 진심으로 애원하며 협박했다. 그녀 역시 청자의 야심을 꿰뚫어보고 있었기 때문.
청자는 덕천이 좋아서 모시고 있는 것이 아니다. 덕천은 북한에 가족을 모두 두고 와 남한에 혈육이라곤 아무도 없었고, 천억 원대의 재산은 지금의 남편 조달호(이종원 분)이 물려받겠거니 하는 생각 때문이다. 달호에게 잘하는 이유도 덕천의 재산을 그가 물려받을 것 같아서다.
그러나 이는 끊어진 동아줄. 달호는 사실 덕천과 진짜 친척이 아니었기 때문에 청자가 그 재산을 상속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청자의 마음을 돌린 것이 바로 신애다. 신애는 청자에게 자신이 진짜 손녀가 아니라는 걸 덕천에게 밝히면 오히려 손해를 볼 것이라며 계산을 제대로 해보라고 했다.
눈물과 애원의 착한 얼굴로 자신의 어머니의 검은 속내를 꿰뚫어 협박하고, 여기에 입을 다물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조건으로 10억 원을 요구하는 순분에게도 애원하며 그녀의 폭로를 막아섰다. 순분이 교통사고로 죽자 충격 받은 표정을 보이고, 자신의 딸 유진이 엄마라고 부르며 안기자 함께 오열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냉혹한 악녀와는 궤도를 달리해 더욱 신선했다.
자기 자식도 숨기고, 출신도 숨기고, 심지어 핏줄까지 숨기고 있는 신애. 그런 신애를 매일 눈물로 소화하고 있는 임수향의 활약이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불어라 미풍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