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관행과 폐습이 청산되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
SBS 탐사 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국정 농단과 비리로 우리 사회를 얼룩지게 만든 최태민 일가가 벌인 그간의 파렴치한 부패를 다뤘다. 동시에 우리 사회를 충격과 절망으로 빠뜨리고 민주주의의 숭고한 정신을 뒤흔들며 사회를 썩게 만드는 비리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안방극장에 전달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악의 연대기-최태민 일가는 무엇을 꿈꿨나’ 편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태민, 최순실 가족이 어떻게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두터운 신뢰를 쌓게 됐고, 30년 넘게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했는지에 대한 시발점을 건드렸다. 신흥 종교를 만들어 세력을 키우고 최면술로 사람을 농간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주일 전 ‘그것이 알고 싶다’가 최태민 일가와 그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국정을 농단했고, 부패하게 재산을 축적하고 누구도 부여하지 않은 국민의 권력을 남용했는지 다뤘다면 이번 ‘악의 연대기’ 편은 그런 비리를 움켜쥘 수 있었던 배경을 파헤쳤다. 박정희와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에 기대 온 사회를 부정부패로 몰고간 최태민 일가의 뻔뻔한 발자취는 모두를 또 다시 분노하게 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인으로서의 소신과 늘 강조하는 애국이라는 표현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가 상세히 다뤄졌다.
단순한 분노 배설의 장이 아니었다. 제작진은 이 같은 부정부패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수렁에 빠진 이 시국이 비단 박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꼬집었다. 언론의 무책임했던 권력 감시 역할, 그리고 대중의 무관심이 지금의 파장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한단계 성숙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제작진의 바람 역시 담겼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낡은 관행, 폐습이 제거되고 청산되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야 우리가 지금 지불하고 있는 비용이 정당한 비용이 될 것이다”라고 꼭 고민해봐야 할 숙제를 던졌다. 진행자인 김상중은 “이 위기가 어느날 우연히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다. 언론이 집요하게 파헤치지 못했다. 예정된 비극이었을 수도 있다. 모든 국민은 법앞에서 평등하다. 수사에 있어서 성역은 없다.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헌법은 부패한 정권을 국민의 힘으로 무너뜨린 4.19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라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공명정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절망과 분노에 휩싸인 우리 사회의 발전적인 발걸음을 위한 필요 조건이 뿌리 깊게 자리한 국정 농단의 박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엄정한 수사’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날의 의미 있는 방송이 마무리됐다.
시청률 역시 높았다. 27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6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전국 기준 13.9%를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KBS 2TV ‘배틀트립’(4.5%),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3.5%)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2004년 2월 이후 12년 만에 높은 시청률이었던 지난 19일 방송(19%)보다는 낮지만 경쟁 시간대인 예능프로그램을 기죽이는 시청률이었다. / jmpyo@osen.co.kr
[사진]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