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축구선수로 필드를 누비던 이천수는 이제 방송국을 누비고 있다. 현역 축구 선수로 활약할 당시 너무나 솔직한 입담과 겸손하지 못한 태도로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마리텔’에 출연한 이천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허당스러운 면모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지난 2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첫 출연한 이천수가 전반전 1위를 차지했다. 무려 5승을 기록한 이경규를 제친 1위였기에 더욱더 뜻깊었다.
이 놀라운 1위는 ‘마리텔’ 생방송이라는 콘셉트와 이천수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이천수는 스튜디오 보다는 잔디밭이 익숙한 사람. 따라서 스튜디오나 야외에서 촬영하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줬고, 몸 개그와 농담도 다른 방송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여기에 ‘마리텔’의 치트키 모르모트 PD와도 의외의 ‘케미’를 만들어냈다. 모르모트 PD의 몸개그를 보고 자연스럽게 디스를 하면서도 잘 하는 부분은 정확하게 짚어줬다. 모르모트 PD도 선생님인 이천수를 편하게 대하며 할 말을 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과거나 지금이나 이천수는 시원시원했다. 이천수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 축구 선수 말디니의 머리를 발로 가격한 사건에 대해 속 시원하게 해명했다. 이천수는 거친 플레이와 오만한 발언을 했던 이탈리아 축구 선수들에게 복수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찼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본 방송에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가대표 당시의 에피소드와 다른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며 네티즌의 흥미를 자극했다.
입담은 시원시원했지만 축구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이천수는 직접 볼을 차고 드리블을 하면서 축구 초보 모르모트PD를 열심히 가르쳤다. 모르모트PD의 눈높이에 딱 맞으면서 보는 사람에게 보탬이 되는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방송 말미에 땀에 절어서 녹초가 된 이천수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짠한 감정까지 들게 만들었다.
개와 함께 드러누워서 방송을 하는 이경규와 잔디밭을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이천수 중에서 과연 최종 우승을 차지한 이는 누가 될지 다음주 방송에 관심이 집중된다./pps2014@osen.co.kr
[사진] '마리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