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진모의 취중한담]SBS의 효자 오디션프로그램 ‘K팝스타’의 마지막이 될 ‘시즌6 더 라스트 찬스’(이하 ‘K팝스타6’)가 지난 20일 시작돼 여전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팝스타’는 원조 격인 ‘슈퍼스타K’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시들해진 것과는 달리 매 시즌마다 화수분처럼 새 인재들을 발굴해내며 각광을 받아 광고수익을 높이는 한편 가수 지망생 및 청소년 등 사회진입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췄다.
이번은 ‘더 라스트 찬스’라는 부제답게 현재 연습생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거나 이미 데뷔한 뒤 크게 성공하지 못한 채 식은땀을 흘릴 기성가수까지 경연자로 받았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기획의도대로 2회 만에 15%대의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우뚝 섰다.
1회. 재미교포 이성은은 통기타를 메고 등장했지만 지나치게 떨었다. 박진영의 즉흥적인 제안으로 샘 김이 무대에 올라 연습도 없이 멋들어진 반주를 해줌으로써 이성은은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더 씨야 출신의 성유진은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를 선곡했는데 전체적인 음정이 불안했고 특히 저음에선 더욱 흔들렸다. 그렇다고 폭발적인 고음을 내는 것도 아닌 데다 감정도 부족해 그저 노래 잘 부르는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세발까마귀 출신 훈제이는 흠잡을 데 없는 실력이었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제일 중요한 ‘K팝스타’의 목적과 동떨어져 탈락했다.
지난 27일 방송은 기획사 소속 연습생이나 기성가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 아예 노래와 춤 두 가지를 필수로 심사했는데 이미 데뷔해 ‘영국의 아이유’로 불린 혼혈 소녀 샤넌은 시청률 상승의 주역이 됐다. 그녀는 기술적인 가창력만 뛰어날 뿐 자기색깔과 감정의 연출이 부족한 실패의 원인을 여실히 드러냈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인정받았다.
매 시즌 거의 칭찬일색인 ‘K팝스타’지만 분명코 명과 암이 공존한다. 이 프로그램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점에선 분명 건전하고 희망적인 성장드라마이자 교훈적 다큐멘터리다.
‘시즌4’ 준우승자 정승환은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학원에도 못 간 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키웠다. 당시 우승까지 노렸던 재미동포 그레이스 신은 3년 전 미주지역예선에서 합격했지만 가정형편상 본선 초대장을 놓아버려야 했던 아픔이 있었다. 이렇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사정이 안 좋다.
다수의 참가자들은 ‘꿈’을 위해 이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린다. 그 꿈 안에는 자신의 목적과 희망에 가족의 미래가 패키지고, 당연히 그 중심엔 경제적인 이유가 버틴다. 대다수의 샐러리맨들은 노동을 통한 성취감에서 비롯된 자부심과 긍지보단 생계를 위해 ‘죽기 살기’로 일한다.
선천적인 재능과 스스로 목적의식을 부여한 땀을 통해 이룬 음악성으로 보람과 경제적 논리를 모두 손에 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최소한 자본주의의 현실 속에서 그건 최고의 유토피아다.
경연자 심사위원 시청자 제작진 모두 성취감을 느끼는 동시에 탈락자마저도 진로선택의 계기와 인과를 찾는다는 데서 ‘K팝스타’가 밝은 긍정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매번 지적받는 것이지만 YG JYP 안테나 등 3곳의 기획사가 각자 입맛에 맞는 신예를 손쉽게 가려낼 수 있는 지극히 국지적인 K팝스타 등용문이라는 점에선 분명히 한계가 있다. 완성된 테크닉보단 가능성을 열어둔 개성을 중요시하는 심사기준은 변별성은 확실하지만 그게 전가의 보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역시 단점을 드러낸다.
성유진은 꽤 큰 기획사에서 야심차게 출범시킨 걸그룹 멤버였지만 가창력이 형편없음을 드러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타고난 가창력을 인정받은 샤넌이지만 박진영에게 혹평을 들었고 눈물로 그 한계를 인정했다. 프로 중의 프로인 훈제이는 1차 경선에서 떨어지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기성가수들의 ‘K팝스타’에의 도전은 ‘잘 해야 본전’이다. ‘계급장’을 떼고 체급도 무시한 채 완벽한 이론적 민주주의적 체제 안에서 겨루기로 마지막 교훈을 안긴 것은 ‘K팝스타’만의 강점이자 자신감이다.
소속사(계급)가 어디건, 앨범을 얼마나 냈건(실적, 이력서), 국적과 한국어 실력이 어떻건(신분), 옷차림이나 외모를 따지지 않고 동등한 잣대로 평가하는 심사방식은 정말 당당하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동등한 이론적 민주주의, 와일드카드를 통한 패자부활과 획일화를 거부한 개성의 중요시, 하여튼 잘하면 잘 된다는 게 바로 마지막 교훈이다.
지극히 당연하겠지만 양현석 유희열 박진영 등 세 명의 심사위원이 이 프로그램의 주역이자 완성의 지휘자다. 양현석은 음악적 지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인생과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아버지 같은 인간적인 조언과 다독임으로 경연자들에게 삶의 교훈을 안겼다.
유희열은 회사 규모와 실적 등에서 열악했지만 교과서적인 음악적 분석과 존중의 포용력으로 차별화된 뮤지션의 옥석 가리기에 탁월한 공헌을 했다.
가장 많은 칭찬과 비난을 받은 박진영은 역시 제일 돋보였다. ‘공기 반 소리 반’이란 유행어 하나만으로 그의 업적을 압축하기 힘들 정도로 그가 가진 음악적 색깔과 고집, 그리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은 음악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췄기에 이 프로그램을 더욱 빛나게, 경연자들의 앞길을 더욱 환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번 시즌 1회의 주인공은 사전 연습도 없이 훌륭하게 반주를 해낸 샘 김이다. ‘시즌3’ 준우승으로 화려하게 존재를 알린 그는 기성곡을 창작곡 이상의 변별력으로 재창조해내며 눈부신 기타실력과 창조적인 음악적 해석력을 알린 천재소년이다. ‘K팝스타’의 심사기준과 딱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현대의 음악에서 완벽한 크리에이티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소한의 레퍼런스는 있기 마련. 세계 3대 일렉트릭 기타리스트라고 하면 에릭 클랩튼, 제프 벡, 그리고 요절한 지미 헨드릭스를 손꼽는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어크스틱계의 3대 기타리스트를 손꼽으라면 전설의 잼세션 재즈 명반 ‘Friday night in San Francisco’를 완성한 알 디 메올라, 존 맥러플린, 파코 드 루치아를 들 수 있다. 샘 김은 맥러플린의 교과서적 테크닉에 메올라의 클래식적 기본기와 정서, 그리고 루치아의 라틴 감성을 많이 보여준다.
2회가 샤넌의 무대였다면 1회는 시청자들의 방송 후기에서 보듯 샘 김이었고, 이런 비주류 뮤지션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줄 아는 ‘K팝스타’가 그래서 위대한 것이다./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 K팝스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