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관명칼럼]지난 26일 제5차 광화문 촛불집회에 밴드 노브레인이 나섰다. 이들은 안치환, 양희은에 이어 이날 오후10시 광화문광장 특설무대에 올라 ‘아리랑 목동’ ‘비와 당신’ ‘젊은 그대’를 불렀다. 특히 ‘아리랑 목동’에서는 ‘야야 야야 야야’를 ‘하야 하야 하야’로 개사해 현장에 모인 이들의 떼창을 이끌어냈다. 보컬 이성우는 마지막 무대에서 무릎을 꿇고 박수를 치며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3시의 인디살롱] 다섯번째 주인공은 바로 이 노브레인이다. 사실 인터뷰는 촛불집회를 3일 앞둔 지난 23일 이뤄졌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인터뷰 도중 ‘샛길’(?)로 자주 빠졌다. 이성우는 “어서 내려오시던지, 빨리 시국이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한다.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이면 우리같은 밴드는 축제에 많이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축제가 하나도 없다”고 씁쓸해했다. 드러머 황현성은 “토요일날 우리도 광화문에 출동한다. 우리도 울화통 좀 터뜨려보려 한다”고 거들었다.
자, 이제 본론이다. 밴드 노브레인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정규 7집을 냈고, 지난달에는 기념앨범 ’20’을 냈다. ’20’에는 새로 편곡한 기존 발표곡 8곡과 신곡 2곡이 담겼다. 12월24일에는 20주년 공연도 연다. 노브레인 인터뷰, 스타트!
노브레인 바이오그래피 및 디스코그래피
현재 멤버 = 이성우(1976년생. 보컬), 황현성(78년생. 드럼), 정민준(80년생. 기타), 정우용(82년생. 베이스)
히트곡 = 비와 당신(2006), 넌 내게 반했어(2004), Come On Come On 마산 스트리트여(2007), 그것이 젊음(2007), 한밤의 뮤직(2007), 청춘98(1999), 해변으로 가요(2001), 청년폭도맹진가(2000), 아름다운 강산(2006), Little Baby(2003)
1996 = 고교시절 ‘크라이 베이비’라는 밴드로 활동하던 차승우 정재환 황현성이 이성우를 영입해 결성
1997 = 밴드 위퍼와 공동으로 데뷔앨범 ‘Our Nation 2’ 발표(바다사나이)
1999 = 싱글 ‘청춘구십필’ 발표(청춘98)
2000 = 1집 ‘청년폭도맹진가’ 발표(성난 젊음, 바다사나이, 청춘은 불꽃이어라, 청년폭도맹진가)
2001 = 2집 ‘Viva No Brain’ 발표(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불타는 젊음, 해변으로 가요)
2002 = 차승우 탈퇴
2003 = 3집 ‘안녕, Mary Poppins’ 발표(Little Baby, 너의 바다)
2003 = 밴드 삼청교육대의 기타리스트 정민준 영입
2004 = 3.5집 ‘Stand Up Again!!!’ 발표(넌 내게 반했어, 나의 락큰롤)
2005 = 4집 ‘Boys, Be Ambitious’ 발표(Boys Be Ambitious, 승리를 향해)
2006 = 영화 ‘라디오스타’에 시골밴드 이스트리버로 출연
2006 = ‘라디오스타’ OST ‘비와 당신’ 발표
2007 = 한국대중음악상 그룹부문 올해의 가수상 수상
2007 = 정재환 탈퇴, 정우용 영입
2007 = 5집 ‘그것이 젊음’ 발표(그것이 젊음, Come On Come On 마산스트리트여, 한밤의 뮤직)
2009 = 5.5집 ‘Absolutely Summer’ 발표(아름다운 여인)
2010 = 6집 ‘High Tension’ 발표(굼벵이, 엄마 난 이 세상이 무서워, 넥타이)
2016 = 7집 ‘Brainless’ 발표(내 가죽잠바, 소주 한잔, 아직도 긴 터널)
2016 = 20주년 앨범 ’20’ 발표(Roll It, 이도 저도 아니야)
= 우선 멤버 한 명씩 독자들에게 인사와 근황 소개 부탁드린다.
(이성우) “노래하는 이성우다. 20주년 앨범도 내고, 20주년 공연을 위해서 스스로 채찍질 하면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민준) “기타치는 정민준이다. 공연을 대비해 감을 쌓으면서 연습중이다.”
(황현성) “드럼치는 갓현성이다(웃음). 연습이 끝나면 다섯살짜리 아들과 함께 레슬링을 하며 보낸다. 아들에게 한마디? 고맙다. 하지만 아빠에게 널 위한 돈은 없다(웃음).”
(정우용) “인기없는 82년생 개띠 정우용이다. 노브레인에 합류한 지는 8년 정도 됐다.”
= 최근 미국에 갔다왔다고 들었다.
(정우용) 2박4일 달라스에서 공연을 했다. 가자마자 리허설 하고, 자고, 공연하고. 스케줄이 ‘빡셌다’. 달라스 한인회에서 초청한 공연이었는데, 의외로 외국 분들이 많이 와주셨다. 우리 노래도 많이 알고 계시더라.”
(이성우) 지금까지 미국 유명 도시는 거의 다 ‘찍고’ 다녔는데 우리 노래를 따라불러봤자 10명 남짓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로 많은 외국인들이 따라불러 깜짝 놀랐다. 예쁜 금발언니까지 따라불렀다(웃음).”
= 20주년 공연 표는 많이 팔렸나.
(황현성) “꽤 성적이 좋다고 들었다. 나라가 엉망진창이고 소비가 급격히 감소한 것에 비해서는 굉장히 선전하고 있다. 답답한 시기이지만, 그래도 놀 때는 놀아야 하는 것 아닌가. 스트레스, 울화통, 우리도 마찬가지로 받고 있다. 광화문에서 다 터뜨려버리려고 한다.”
(정민준) “팬들이 암표상도 잡아주신다. 여러모로 감사드린다.”
= ’20’ 앨범 얘기를 해보자. 멤버들이 보는 이번 앨범의 아이덴티티는?
(정민준) “벅차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원년 멤버 차승우 형이 있던 시절, 노브레인 공연을 관객 입장에서 봤었다. 무대 난입도 해보고(웃음). 그렇게 노브레인을 사랑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20주년이 되어 내가 이 앨범에 참여하고 녹음한 게 영광이다. 살아있을 때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있다. 참고로 12월24일 공연에 ‘그 분’이 등장할 수도 있다. 팬들은 무슨 뜻인지 아실 것이다(웃음).”
(정우용) “늦게 합류해서 사실 20주년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하지만 예전 다른 팀 멤버로서 노브레인 형들과 친하게 지냈던 만큼 20주년을 함께 해서 영광스럽다. 이왕 20년 한 것, 이성우 형의 칠순잔치에서도 노래하고 싶다(웃음).”
(이성우) “이번 앨범은 멤버들의 열의도 있었지만 주위에서 권한 느낌이 더 세다. 처음에는 기념 싱글 한 장 낼까 했는데, 주위에서 ‘그건 아니다. 그래도 20주년 생일인데’라고 만류하셨다. 그러다보니 풍성하게 내게 됐다. 뿌듯하긴 하다. 어깨에 힘이 빡빡 들어간다(웃음).”
(황현성) “2곡 빼고 다 옛날 곡들인데, 원래는 20곡 정도 재해석하고 싶었다. 이번에 빠진 곡들도 언젠가는 다시 재해석하고 싶다. 연대기순으로 트랙을 배치했는데, 이를 보니 한 편의 성장영화를 본 듯하다.”
= 그럼 몇 곡만 같이 들어보자. 편곡을 새로 한 만큼 오리지널과는 어떻게 다른지, 자연스럽게 코멘터리를 부탁한다. 1번트랙 ‘바다사나이’(1997)다. 간만에 들어봤는데 역시 흥겹다.
(이성우) “노브레인이 제일 처음 대중에 알려지게 된 곡이다. 노브레인의 레게, 펑크 사운드의 시작이다. 당시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는 워낙 초저예산으로 찍어서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그래도 그런 모습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연주실력도 좋아지고 사운드도 좋아졌다.”
(정민준) “편곡은 원곡에 충실하되 파워풀한 질감을 보태려 노력했다. 속도감에서 라이브한 느낌이 들지 않나? 녹음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헤드뱅잉하면서 기타를 쳤다. 그런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황현성) “지금 와서 옛날 영상을 보면, 그 사이 우리가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겠더라. ’20’ 앨범의 ‘바다사나이’는 한마디로 현재 노브레인의 모든 것이다.”
= 2번트랙 ‘청춘98’은 초창기 노브레인의 대표곡이다.
(황현성) “이 곡은 전혀 편곡을 하지 않았다. 두려울 게 아무 것도 없던 그 시절, 그 때의 맛이 있다. 지금은 노련미로 승부하지만. 어쨌든 순실 누나, 근혜 누나가 한방 해줘서 녹음하면서 이를 박박 갈며 불렀다.”
(정민준) “맞다. 녹음 부스 안에서 힘껏 노래 불렀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 역시 노브레인의 간판곡이다.”
(이성우) “이 곡은 노브레인이 (홍대클럽) 드럭에서 나와 처음 낸 앨범(싱글 ‘청춘구십팔’)에 실렸었다. 당시 나름 정신없을 때 만든 앨범이었다. ‘청춘98’을 포함해 네 곡이 들어갔는데 뭔가 꽉 차 있는 느낌이 들었었다.”
= 아, 기존 발표곡 8곡을 연도별로 배치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나.
(이성우) 20년 기록인데, 뒤죽박죽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시간의 흐름을 따르고 싶었다. 트랙을 계속해서 듣다보면 ‘왜 이 사람들이 그때 이런 노래를 불렀는지’ 아실 수 있을 것이다. CD 속지에 그래서 발표연도를 일일이 적었다.”
(정우용) “이렇게 배열을 해놓고 보니까 우리의 인생을 나열한 것처럼 보인다. 젊음, 사랑, 고향, 소주한잔, 이런 식.”
(정민준) “주름살이 늘어가는 과정이다(웃음).”
= ‘넌 내게 반했어’, 역시 노브레인의 대표곡이다.
(이성우) “원곡보다 더 공격적으로 불렀다. 사운드에 크게 신경을 썼다.”
(정민준) “현재 저희 합주 사운드의 표본이다. ‘넌 내게 반했어’는 앞으로 이 버전으로 들어달라.”
(이성우) “원곡이 깔끔하고 잘 빠진 스포츠카라면, 지금 곡은 연식은 있지만 멋진 클래식카 느낌이다.”
(정우용) “맞다. 배기음이 멋있는 클래식카 느낌이다.”
= 이번 ‘비와 당신’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두드러진다.
(이성우) “영화 주제곡이기도 하고, 노브레인 최초의 피아노 발라드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반부 들어가면 (고음을) 질러서 현기증이 머리를 때리는 노래이기도 하다(웃음). 그러다 피아노 소리가 들어오면 쓸쓸한 느낌도 들고 기분도 좋아진다.”
(정민준) “피아노는 유지훈이라는 친구가 쳤다. 마지막 피아노 음이 사라지는 대목에서는 일부러 ‘페이드 아웃’시키지 않았다. 마지막 숨소리까지 집어넣고 싶었던 거다. 모든 것을 다 들려주고 싶었다. 5.5집부터 ‘톤 사운드’라는 곳에서 녹음을 해오고 있는데 이번이 사운드가 최고로 잘 나온 것 같다. 외국 음반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정우용) “녹음실 형님을 못살게 굴어서 그런 것 아닌가(웃음).”
= ‘소주 한잔’. 7집에 들어간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후렴구인 ‘캬아~~’ 대목이 너무 좋다(웃음). (이 곡은 황현성이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황현성) 제 진심과 혼이 담긴 노래다(웃음). 소주를 내 몸만큼 좋아하는데, 다른 멤버들은 별로 안좋아한다. 그래서 이 노래를 내가 하게 됐다(웃음). 7집에서는 녹음만 해놓고 투어를 가느라 프로모션을 하다가 만 노래다. 이번 녹음에서는 좀 더 미친 버전으로 갔다.”
= 9번트랙 ‘Roll It’은 신곡이다. 도입부의 이 새소리는 따로 채집한 것인가.
(정민준) “슬라이드 기타로 효과음을 낸 것이다.”
(이성우) ”뻔뻔하고 남들을 제압하는, 노브레인 특유의 느낌을 담았다. 힙합하는 친구들은 ‘스웩 스웩’ 하는데, 로큰롤만의 스웩을 보여주고 싶었다. 힙합에 비해 록이 좀 더 역사가 길어 자칫 ‘구닥다리’로 보일 수 있는데, 하지만 록에는 그만의 맛이 있다. 착하게 살기는 글렀지만 추락하면서 즐겨보자, 이런 내용이다.”
(정민준) “마니아가 제대로 걸릴 것 같은 노래다.(웃음)”
= 마지막곡 ‘이도 저도 아냐’다. 뮤직비디오를 보니 노브레인 20년 활동사를 담았더라.
(황현성) “어렸을 때부터 무대 위보다 무대 뒤에 관심이 많았다. 무대 주인공이 우리인 것 같지만 사실은 무대 관계자들과 팬들이 주인공이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노래다. 같이 해줘서 고맙다는 그런 것.”
(이성우) “멤버들이 못생겨서 나부터 한숨이 툭툭 나오는데, 이 노래를 부르면 웬지 다들 예뻐보인다(웃음). 가사 내용이 짠 하다. 만약 우리가 5년차 밴드였으면 이런 느낌이 없겠지만, 20년 정도 되니까 노래에 일종의 진실성이 담기는 것 같다.”
= 맞다. 20년은 그런 의미인 것 같다.
(이성우) “20년은 짧은 시간은 아니다. 이만큼 우리가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성년이다. 앞으로 할 게 더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 힘이 난다.”
(황현성) “더이상 우리 공연장에 오지 않던 팬들을 다시 만나는 경우가 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니까 다 내려놓고 다시 친구가 되는 것이다. 20년의 의미를 어렴풋이 느낀다.”
= 귀에 쏙쏙 들어오는 코멘터리였다. 내년 계획을 듣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이성우) “물론 공연을 열심히 할 것이다. 우리 같은 밴드는 연말에 공연을 많이 해야 하는데, 시국이 시국이라 축제가 하나도 없다. 어서 빨리 내려오시던지, 시국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괴로워한다.”/ kimkwmy@naver.com
<사진>’20’ 앨범 CD 속지에 들어간 사진 설명
좌측 상단 조그만 사진 = 2008년 독도로 향하던 중 배멀미에 취해있는 정우용(베이스)
그 옆 사진 = 노브레인 10주년 공연 중
좌측 하단 바다사진 = 2008년, 독도로 향하던 중
그 옆 사진 = 2007년 '그것이 젊음' 뮤직비디오 촬영 중
우측 상단 사진 = 2009년 ‘Absolutely Summer’ 발매기념 공연 중
그 아래 사진 = 공중목욕탕에서 '아름다운 여인' 뮤직비디오 촬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