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가 ‘부산행’과 ‘터널’에 이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껏 다뤄본 적 없는 원전 사고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일단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내달 7일 개봉하는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 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선 공개된 스틸 사진을 보면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가족의 단란한 모습과 지진 발생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마을의대비가 눈길을 끈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상황임이 느껴져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과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강한 공감을 일으키며 가슴 먹먹한 감동을 전한다. 여기에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청와대의 모습까지 더해지며 영화가 보여줄 긴박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기대하게 만든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도 기대를 모으는 이유 중 하나다. 정진영, 김대명,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 이경영, 강신일, 김명민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최고의 호흡을 선보였다는 제작진의 설명이다.
앞서 영화 ‘연가시’를 통해 재난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박정우 감독이 연출을 맡아 4년 간의 기획을 거쳤다. 또한 ‘베테랑’ 촬영, ‘부산행’ 시각효과, ‘변호인’ 음악팀 등 최고의 제작진이 참여해 완성도를 갖췄다.
올해 천 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는 ‘부산행’이 유일하다. 한국판 좀비물도 작품성과 흥행력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러나 한국형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의 공식은 속된 말로 뻔하다. 갑작스런 사고를 겪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보여주고 나서 재난을 극복한 인물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이렇듯 가족주의는 국가적인 단합이 필요할 때 가장 큰 힘을 얻는다.
최순실 발 국정 농단으로 여느 때와 달리 국가적 단합을 절실히 요구하는 요즘. ‘판도라’가 이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된 현 시국에 하나됨을 외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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