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가 제2의 탐욕녀로 성장할 수 있을까. 스승의 이요원이 무슨 말을 해도 스펀지처럼 쏙쏙 빨아들이고 있어 변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으로 돈과 권력의 맛을 들인 유이가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불야성’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불야성’은 잠들지 않는 탐욕의 불빛의 주인이 되기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벌이는 과정을 그려낸 드라마다. 유이는 이 드라마에서 탐욕의 세계로 뛰어든 ‘흙수저’ 이세진을 연기한다. 겉모습만 보면 그럴 듯하지만, 알고 보면 찢어지게 가난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는 여자이다.
돈이 궁하고, 처지를 비관하던 세진은 어릴 때부터 혹독한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서이경(이요원 분)의 페르소나가 됐다. 피도 눈물도 없는 그녀의 밑에서 약육강식의 원칙을 배우고 있는데 모범생처럼 모든 말을 암기한다. 처음에는 순진했던 그녀가 점점 이경의 가치관을 배우면서 달라지고 있는 것.
29일 방송된 ‘불야성’ 4회에서는 쓴 만큼 채워 넣으라고 지시했던 이경의 과제를 수행하는 세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세진은 앙숙인 손마리(이호정 분)을 꾀어 국내에 몇 개 밖에 입고되지 않은 명품 가방을 구해주겠다며 선금을 받아냈다. 이 돈은 이경에게 바로 갖다 바쳤다. 그는 “숙제 다 했다. 원래 액수대로 채웠다”면서 마리를 통해 그 회사의 정보를 알아내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경은 그러나 그녀를 나무랐다. 미끼를 던졌으면 할 수 있는 만큼 더 이용했어야 했다고.
이경은 “이 정도면 됐다는 자기만족이 제일 한심하다. 이 돈 최소한 2배로 불리라”고 지시했다. 그녀는 돈을 눈에 비유하며, 굴리면 굴릴수록 더 늘어나고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녹아 사라진다고 얘기해줬다. 이에 세진은 “두 배 아니라, 10배 20배 얼마든지 불리겠다. 그렇게 절 가르쳐서 철저하게 이용하라”고 맞섰다. 세진은 그동안 살아왔던 것과 다르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세진의 캐릭터 변화다. 가난에 지쳐 실의에 빠졌고, 세상을 등지던 인물이었지만 이경을 만나 좀 더 영악해지고 강해지고 있다. 그녀는 유혹 당한다기보다 이제 스스로 욕망을 드러낸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향후 욕망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
유이의 패션 스타일과 액세서리, 메이크업 등 갈수록 점점 선명한 색채로 변해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녀의 복잡하면서도 표독스러워지는 성격을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유이가 앞으로 뒤엉킨 세진의 욕망과 화려한 삶을 충실하게 담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purplish@osen.co.kr
[사진] '불야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