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극사실주의 연기를 펼치게 됐다.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이 쏘아올린 “현실이 영화를 이겼다”는 상황을 ‘판도라’가 이어받는다.
‘내부자들’은 정치, 경제, 언론이 야합해 여론을 움직이고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는 이면을 담는 범죄드라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청불 신기록을 경신하며 본편과 확장판을 합쳐 900만이 넘는 흥행을 이끈 바 있다.
흥행의 주역으로는 명불허전 연기력의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등 배우들을 꼽은 평가가 대부분. 개봉한지 약 1년이 흐른 지금 ‘내부자들’은 다른 의미로 재조명되고 있다. 과장되게 권력자들의 유착 관계를 그린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는데, 요새 드러나고 있는 현실의 이면이 영화보다 더욱 처참하다는 것.
‘내부자들’은 올해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곡성’, ‘아가씨’ 등 쟁쟁한 후보를 꺾고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시국의 영향이 끼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다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국정을 농단하는 가진 자들의 추악한 면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가 됐다.
이 영화가 개봉한지 1년이 지났고, 올해 12월 개봉하는 ‘판도라’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판도라’는 대한민국에 지진이 닥치고 원전이 폭발하면서 벌어진 국가 재난 상황을 그린다. 국가가 위기에 닥쳤지만 현장이 아닌 집무실에만 있는 무능력한 대통령이 등장한다. 현실이 그랬던 것처럼.
실제로 최근 경주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고,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민이 한 목소리로 외치며 촛불을 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영화처럼 국가적 재난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과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다수 국민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 ‘판도라’의 상상력과 영화가 다루는 그림도 현실과 다르지 않다.
다만 ‘판도라’가 던지는 희망의 한 줄기는 실의에 빠진 국민을 위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깜깜한 어둠 같은 현실 속에서도 작지만 선명한 불빛이 되어주는 가족애와 인간애가 바로 희망이다. 이는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지 않고 나아갈 힘이 되어줄 것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판도라', '내부자들'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