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내내 의외의 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배우 박철민의 애드리브 섞인 코믹 연기 덕분이었다. 또 진지하고 진중한 모습이 역력했던 배우 장현성 덕분에 눈물 나는 감동도 있었다. 이 작품은 영화와 연극 무대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폭소만발 코미디와 휴먼 공감 스토리가 결합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다.
2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주연을 맡은 박철민은 “물론 저희가 가난한 영화지만 그 어떤 촬영 현장보다 정겨웠고 즐거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 ‘커튼콜’(감독 류훈)이 프랑스 리옹에서 개최된 ‘2016 리옹국제영화제’ 영화 부문에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고 금의환향했다. 현재 제1회 런던아시아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고 한다.
이달 8일 개봉하는 ‘커튼콜’은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삼류 에로 극단이 마지막 작품으로 정통 연극 ‘햄릿’을 무대에 올리면서 예상치 못한 위기와 돌발 상황 속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장현성이 극단의 연출자 민기를, 박철민이 프로듀서 철구를 연기한다.
해외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이었지만 배우들과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있는 대작 '판도라' '마스터' 등과 맞서 싸워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 걱정과 우려를 드러냈다.
류훈 감독은 이날 “최근에 나온 영화들을 보면 너무 멋진 사람들만 나오는 영화가 많다는 생각이었다”며 “저는 루저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루저들도 끝까지 원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원치 않은 일을 이겨내고, 마침내 바라던 일을 끝까지 이루는 모습을 영화를 통해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비주류인 에로 배우들을 내세워, 영화를 통해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장현성은 “저희한테는 지금 이 시간이(언론시사회가) 매 작품할 때마다 열리는 시간이지만, 저희한테는 좀 더 특별한 게 있다”고 기대를 높였다. 젊은 사람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는 대스타가 없는 작은 영화임에도,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는 설명을 더했다.
마이크를 잡은 박철민은 감정에 젖어 돌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코믹 배우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웃긴 캐릭터만 주로 제안받고, 그 안에서 각종 애드리브를 요구하는 부분이 맡았기 때문이라고. 이번 영화에서도 박철민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코미디가 있긴 하지만, 극단을 이끌어가는 프로듀서로서 진지한 면모가 한층 돋보인다.
그는 “사실 저는 진지한 역할을 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악역을 할 때나 진지한 역할을 할 때 저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즐거웠다. 앞으로도 그런 연기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좀처럼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제가 (작품에서)감초 역할을 하다 보니 관객들도 지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저 역시도 그랬다. 진지한 역할도 좀 하고 싶다. 이번에 진지한 역할을 하면서 행복했다. 그런 의미에서 철구는 저한테 소중한 캐릭터다.”
이내 감정을 절제한 그는 “사실 50만 명만 들어도 춤을 출 것 같고, 만약에 100만 명이 든다면 기절할 것 같다. 100만 명이 들기를 온 몸으로 기도하고 있다”라면서 “공약 이야기도 나올 텐데 사실 저희는 뭐라고 말할지 걱정했다. 요즘 분노의 계절이지 않나. 현성이와 제가 개런티를 안 받았기 때문에 100만 명을 넘기면 개런티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면 촛불 100만개를 사서 광화문에서 나눠드리자고 약속했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장현성은 “영화상에서는 좋은 작품(‘햄릿’)을 만들어서 무언가 하나를 이뤄내고 싶은 이야기를 하느라 힘을 들이고 공을 들였다면, 이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는 이제 관객 한 분이라도 더 보여드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옹색하고 초라하지만 (관객들이)이 영화를 보시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시려면 조금 수고를 하실 수도 있는데, 부디 약간의 수고를 해주신다면 새로운 감동과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만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커튼콜'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장현성과 박철민, 연극배우 출신 유지수, 이이경, 채서진, 고보결 등 충무로를 이끌어갈 유망주들이 뭉쳐 돌발 상황 속에서도 기발하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상황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한마디로 색다른 라이브 코미디 무비라고 칭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연극 무대에 선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삶의 소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제목대로 ‘커튼콜’이 환희의 순간을 맛본다는 점에서 주제를 엿볼 수 있는데, 이는 힘들고 거친 인생이지만 반드시 기쁜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숭고한 주제 의식을 품은 제작진의 바람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purplish@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