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커튼콜'은 루저도 할 수 있다는 한마디를 남겼다.
‘커튼콜’은 스크린과 연극 무대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폭소 만발 코미디와 휴먼 공감 스토리가 합쳐진 작품이다.
사실 커튼콜이란 연극에서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린 뒤, 관객들이 환호성과 박수를 계속 보내 퇴장했던 배우들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내는 일이다. 연극에서만 사용하는 이 용어를 영화의 제목으로 차용한 이유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한 편의 연극을 완성하며 눈물과 웃음을 뽑아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커튼콜’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돼 개봉 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영화는 연극과 영화의 컬래버레이션. 지금껏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 하나가 터진 셈이다.
이 영화는 삼류 에로 극단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현실에서는 이른바 ‘비주류’로 불리는 혹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치부되곤 하는 사람들이 극을 이끌어나가는 주연이 된 셈이다. 이렇게 설정한 데는 감독의 깊은 뜻이 있었다.
류훈 감독은 이날 영화가 끝난 뒤 “루저들도 자신이 바라던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며 “원치 않은 일들이 눈앞에 닥쳐도 힘을 합쳐 노력하면 반드시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커튼콜’은 경제적인 불황으로 문닫기 일보 직전의 위기에 놓인 삼류 에로 극단의 연출가 민기가 19금 장르를 접고, 과감하게 정통 연극 ‘햄릿’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심하며 준비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다. 그 과정에서 배우들의 다툼, 돌연 하차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히고설키며 연극 내용이 점점 산으로 흘러가는데 결국에는 원하는 대로 완성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여러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준 배우 장현성은 돌발 상황들을 기지로 헤쳐나가는 연출가 민기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소화해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과 동료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완성도 있게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에로 연극 제작자 철구 역으로 분한 박철민의 에너지도 극의 한 축을 담당한다. 특유의 애드리브로 보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밝은 웃음을 안기는 그이지만, 이번에는 진중한 면모도 느낄 수 있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통해 실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명불허전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자랑했다.
감독이 언급한대로 ‘원치 않는 일’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현재 직면한 상황과도 맞아떨어진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 오늘날 이 시점은, 극중 연극 배우들이 만나게 된 여러 돌발 상황과 비슷하다.
국민들이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했는데 철저하게 속고 또 당했다. 어느 날 갑자기 ‘최순실’ 같은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만나 국민들이 하루 아침에 ‘루저’가 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쓴웃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커튼콜’은 2016 리옹국제영화제 이외에도 제1회 런던아시아영화제, 16회 전주국제영화제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영화제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만큼 국내 관객들에게도 그들의 진심이 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8일 개봉./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커튼콜' 스틸 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