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가슴 아플 수가 없다. 황혼 이혼을 앞두고 그제서야 꺼내놓은 고두심의 진심 어린 사과와 고백에 시청자들도 함께 울었다.
고두심은 3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 28회와 29회에서 이혼을 선언한 남편 중년(장용 분)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고 속초까지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내심의 절절한 마음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소화해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볽히게 만들었다.
믿었던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말을 듣고, 두 딸과 아들은 계속 속을 썩이는 상황을 내심은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고래고래 소리치며 화를 내기도 하고,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너무 억울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곧 남편없이는 견딜 수 없음을 깨달았다. 특히 중년과는 달리 지금까지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그에게 해준 적이 없음을 알게 됐다. 그 길로 내심은 속초로 가 중년을 만났다. 이날 해변가와 방안에서 두 사람이 나눈 진솔한 대화는 부부 사이라면 꼭 한번은 곱씹어봐야 할 정도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내심은 중년에게 "당신에게 '고맙다 미안하다' 한 마디 안했다. 40년 동안 가족 위해 애쓰다 온 당신에게 애썼다는 말 한 마디 안 했다. 고맙고 미안하다. 당신 좋은 남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 아직 당신 필요하다. 당신 없이 나 혼자 못 살겠다. 팔 한짝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중년은 자존심도 버리고 자신을 찾아와 이런 말을 건네준 내심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지만, 따로 살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같이 잠을 청하기 전 내심이 꺼내놓은 과거 기억과 고백에 결국 생각을 바꾸게 됐다.
내심은 처음 딸을 낳았다고 눈치를 주던 시부모 때문에 찬방에 누워 있는 자신이 그렇게 서러웠다고. 그는 "내가 이럴려고 시집왔나 생각도 들었다. 그 새벽에 당신이 부모님 몰래 미역국 끓여서 가져다 줬다. 그 미역국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그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생 이 남자 의지하며 살아야겠구나 이 남자에게 내 인생 걸어도 되겠구나. 그 때 당신이 얼마나 든든하고 좋았는지"라며 중년을 향한 믿음과 애정을 드러냈다.
말 한 마디마다 가득 담기는 내심의 절절한 감정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고두심은 그 어떤 수식어도 부족한 훌륭하고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이런 내심을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이는 곧 "이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함께 울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서울로 돌아온 뒤 이혼이 아닌 해혼을 하기로 했다. 친구처럼, 룸메이트처럼 살기로 결정한 것. 오랜 시간 돌고 돌아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환하게 웃게 된 내심과 중년이 남은 인생 동안 '행복'이라는 단어를 계속 그리며 살아갈 수 있을지 향후 전개에 관심이 집중된다. /parkjy@osen.co.kr
[사진] '우리갑순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