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준호는 후배들의 봉양을 받는 독거노인이었지만, 받은 것에 몇 배로 베푸는 ‘츤데레’이기도 했다.
9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무지개 라이브에 첫 출연한 김준호의 일상이 그려졌다.
혼자 산 지 5년 차에 접어든 김준호. 그는 개그 말고 살림살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일명 ‘살림 무식자’였다. 세탁한 옷과 빨아야 할 옷들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장소에 몰아뒀고, 설거지도 그대로 쌓아놓아 놀러온 손님들에게 짠내를 유발했다.
가장 충격적인 점은 보일러를 어떻게 켜고 끄는 건지 모른다는 것. 방마다 스위치가 다른 데다 어느 방이 어떤 스위치인지도 몰랐다. 그는 최근까지도 같이 살았던 후배 정명훈에게 전화를 걸어 “보일러 좀 켜달라”고 말했다.
몇 분이 지나자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고 손에는 먹을거리가 들려있었다. 마치 자신의 집인 듯 보일러를 켜는 동작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보일러를 켜준 덕분에 집안이 따뜻해졌고 이어 선배를 위해 아침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유민상도 즉석밥 심부름을 수행하며 그들에게 합류했다.
밥을 먹으면서 게임 얘기를 하는 세 사람의 모습이 마치 초등학생들처럼 수준이 낮고 미숙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그들만의 따뜻한 애정이 느껴졌다.
김준호는 “아내가 사업을 하면서 혼자 산 지 5년 됐다”고 했다. 사업을 하는 그의 아내는 한국을 오고 가고 있다고.
이날 개그우먼 오나미가 김준호의 염색을, 김승혜가 운전을 담당했다. 평상시에는 개그맨 김지호가 운전기사로서 활약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날 세 사람은 공연을 보러간 뒤, 고깃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알찬 하루를 마감했다. 낮에 만났던 유민상과 정명훈이 재등장해 웃음을 더했다.
후배들은 김준호에 대해 “정신적 지주”라며 ‘개그콘서트’를 이끌어온 그 덕분에 개그맨으로 사는 데 큰 힘을 얻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후배들은 가족 같은 존재다. 자식까진 아니지만 저와 함께 하면서 커가는 모습이 기분 좋다. 현역으로 무대를 끝까지 지키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후배들이 50~60대까지 코미디를 할 수 있게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김준호는 후배들에게 차갑고 퉁명스러운, 심지어 귀찮은 존재였지만 사랑이 깊은 ‘츤데레’ 선배였다./ purplish@osen.co.kr
[사진]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