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능 ‘1박2일’을 통해 일명 ‘얍쓰’(얍삽한 쓰레기)라는 수식어를 얻은 개그맨 김준호. 그의 일상을 찬찬히 지켜보니 웬걸. 후배들을 향한 애정이 넘치고 흐르는 정 많은 선배였다. 장난기 많은 이미지 뒤에 반전 매력이 숨어 있었다.
9일 방송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무지개 라이브 코너를 통해 김준호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타 방송사 리얼리티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 낯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절친한 후배 박나래, 친동생 같은 프리랜서 조우종 덕분에 금세 적응한 듯 보였다.
아내가 외국에서 사업을 하느라 혼자 산 지 5년이나 됐다는 김준호는 살림에는 여전히 소질이 없었다. 외출 후 옷을 벗어 아무데나 던져놓았고 설거지는 물론 청소도 제때 하지 않고 미루기 일쑤였다. 정말이지 ‘짠내’를 부르는 독거남이었다.
이날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긴 부분은 보일러를 다룰 줄 모른다는 것. 방마다 스위치가 달라 어떤 것을 눌러야 하는지 몰랐다. 심지어 깡통 햄의 뚜껑을 따지 못해 후배 정명훈에게 시켰고, 유민상에게는 즉석 밥을 사오라고 주문했다.
또 개그우먼 오나미에게는 염색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운전을 하지 못하는 그는 김승혜에게 핸들을 맡겼다. 여기까지만 보면 후배들이 싫어할 만한 ‘진상 선배’였다.
하지만 반전이 남아 있었다. “‘개콘’의 정신적 지주다” “선배와 같이 코너를 짜고 싶다”는 후배들의 말에 김준호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졌다. 그는 일거리가 없었던 박나래와 김지민에게 자신의 출연료를 나눠주는가 하면 배고픈 후배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아빠 같은 존재였다. ‘개그콘서트’나 ‘1박2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한 면모가 두드러졌다.
김준호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얍삽하고 찌질한 이미지를 전혀 떠올릴 수 없게끔 반전 매력을 선사했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인데, 앞으로 그의 일상을 계속 지켜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purplish@osen.co.kr
[사진]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