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보통 남자. 여러 편의 작품을 흥행시킨 배우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역설적이게도 평범함이다. ‘가려진 시간’ 수린이 아빠, ‘미생’의 악랄한 박과장, ‘송곳’ 마트 부장, ‘이아바’ 변호사까지 김희원은 평생 주목받을 일 없이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못된 캐릭터나 평범한 남자가 필요한 작품에서 김희원은 늘 캐스팅 1순위였다.
“김희원이 맡으면 김희원 나름대로의 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연치 않게 겹칠수는 수는 있어도 캐릭터마다 다른 매력을 지녀야하고 차이가 있어야한다고 본다.”
이어 김희원은 악역 캐릭터에 대해 “이상하게도 제가 악역을 했을 때 작품이 흥행이 된다. 대중이 그 캐릭터를 기억하시고 ‘나쁜 역할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시는데 사실 배우는 자신의 색깔을 정하지 못한다.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보고 선택해서 연기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대한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나중에 착한 역을 맡아 흥행하거나 높은 시청률을 달성하면 그 이미지가 당분간 김희원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희원은 올 2월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못친소’ 특집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우현, 이봉주, 김수용, 지석진, 이천수, 하상욱 등 개성 넘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풍겼다. 꽁꽁 숨겨둔 매력을 발산한 덕분에 그를 좋아하는 팬들이 더 늘어났다.
“사실 전 예능을 무서워한다. 그 때도 매니저에게 속아서 출연했다.(웃음)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다행이지만 정말 심사숙고해서 한마디씩 던졌었다. 방송인들은 센스 있고 말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나가서 웃음을 드리기 어렵다. ‘무도’에서 웃긴다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이다.”
당시 전 멤버들의 투표를 통해 가장 못생긴 멤버를 뽑았는데, 이봉주와 우현이 1~2위를 다투며 큰 웃음을 남겼다. 이에 김희원은 “저는 못친소는 아닌 것 같다.(웃음) 이봉주 씨는 물론이고 ‘무도’ 멤버들보다 잘생겼다고 생각한다”고 진심 섞인 농담을 던졌다. 향후에도 재미있는 주제가 있다면 나갈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원의 바람은 여태까지 맡아 보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아도,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나오는 장면을 지배하는 연기자. 대중에 늘 새로움과 감동을 주는 배우 말이다.
“배우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다. 제가 하고 싶다고 혼자서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바라는 점은 감독님들이 제가 안 해본 역할을 맡겨주시길 바랄 뿐이다.”
김희원은 “‘이아바’의 윤기는 그동안 제가 안 해본 캐릭터라서 연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며 “다만 윤기가 개과천선하며 끝났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바람을 피우는 남자는 용서하지 말자는 결말이 적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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