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가 제대로 흥행 시동을 걸었다. 개봉 3일 만에 50만 관객을 돌파한 것. 현실을 제대로 담아냈다는 평가와 함께 시국이 맞물려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현실이 재난’이 아닌가. 곧 ‘판도라’는 현실이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판도라’는 지난 9일 하루 동안 21만 443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관객수 54만 8400명. 뒤를 잇는 ‘라라랜드’는 이날 9만여 명을 동원하며 ‘판도라’의 압승임을 보여줬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현실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판도라’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다.
‘판도라’는 최초로 원전 사고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지진이 발생한 이후 원전이 폭발하면서 벌어질 일에 대해 참담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방사능과의 사투라는 감히 짐작도 못했을 후폭풍에 대해서도 알려주며, 편의가 절대 안전을 앞설 수 없다는 경각심을 심어준다.
현 시국과 맞아떨어진 이야기라는 점은 좀 더 ‘판도라’ 속 이야기를 영화라는 허구가 아닌 피부로 느끼게 한다. 최근 정부가 보여준 신뢰를 잃은 행보는 작품 속 무능한 대통령과 맞물려, 실제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다면 실제로 벌어질 시나리오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
여기에 옴므파탈 이미지였던 김남길이 철없는 막내아들이자, 수더분한 동네 삼촌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치명적이던 그가 어떻게 친근해졌는지 폭넓어진 연기스펙트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변호인’에 이어 한 번 더 절절한 모성애를 드러내는 김영애부터 믿고 보는 문정희, 김명민, 김대명, 정진영 등 연기 본좌들이 모두 모여 볼거리를 더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판도라' 스틸.